얼마 전 지인들과 골프 회동이 있었다. 라운딩 후 식사 자리에서 한 분이 “어깨가 아프니 한 번 봐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옆에 계시던 분들도 이구동성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식당은 어깨 환자들이 모인 진료실이 됐다.
일단 서로 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진단법을 알려드렸다. 어깨의 긴장을 푼 뒤 상대방이 뒤에서 어깨 양 끝을 잡아 젖혀준다. 뒤에서 만지는 사람이 느낄 때 양쪽 어깨 중 더 굳거나 딱딱한 쪽이 있다. 그렇다면 그 어깨가 평소 더 아프거나 병이 더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무릎 관절도 마찬가지다.
넘어지거나 과도하게 일을 한 후에는 허리·무릎이 아프고 뻣뻣해진다. 다치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무릎이 뻣뻣해지는 것 역시 나이 들어 발생하는 흔한 현상이다.
이런 증상은 비단 무릎·허리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손가락이 굳는 느낌이 들고 ▲손목이 뻣뻣해 다 젖혀지지 않고 ▲눌린 어깨가 저리고 아프고 ▲어깨가 돌아가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차에서 내리는데 고관절이 뻑뻑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것이 병인지, 왜 그런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다시 말하자면 다쳐서 손상된 것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즉, 염증이 없는데도) 뻣뻣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관절이나 근육 안의 ‘감지기’ 오류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관절·디스크는 우리 몸에서 자동차의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스프링의 신축 작용을 억제해 차체를 안정시키는 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관절·디스크 안에는 뛰어내리거나 굽히는 등의 충격이 가해지면 그 충격을 흡수함과 동시에 충격의 크기를 전기적인 현상으로 바꾸어 뇌에 알리는 감지기가 존재한다. 이런 감지기 때문에 충격이 와도 우리 몸은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여 외부 힘을 보다 효과적으로 흡수해 스스로 보호한다.
그런데 우리 몸의 특징 중 하나는 항상 ‘자살 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지기들이 고장 나면 충격이 실제보다 크다고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이들은 관절을 뻣뻣하게 만들고 관절의 자살 세포들이 많아지게 한다. 결국 관절은 아주 빠른 속도로 퇴화한다. 이것이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관절의 뻣뻣함이 오래 가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절의 뻣뻣함과 통증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관절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퇴화된 다음에야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관절의 통증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것도 힘겹지만, 관절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퇴화된 후에야 알게 된다면 그만큼 치료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관절의 감지기가 고장 나는 원인은 크게 ▲과도하거나 반복되는 손상 ▲인공관절과 같은 수술 ▲나이 ▲관절을 움직이지 않는 경우 등 4가지다.
관절의 감지기가 정상일 때는 다친 부분을 재생하도록 도와주지만, 만약 고장 나면 되레 관절을 파괴하도록 유도한다. 즉, ‘관절이 뻣뻣하다’는 것은 관절의 감지기가 망가져 관절이 퇴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관절이 부드럽다’는 것은 관절의 감지기가 정상이라는 의미이다. 이 상태에서는 다친 부분을 재생한다.
뻣뻣한 관절을 부드럽게 하려면 잘못된 감지기의 스위치부터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구가 깜빡인다고 해서 전등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스위치를 내린 후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만 찾으면 된다. 수리한 후 다시 스위치를 올리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관절염이 왔다면 뻣뻣한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관절 안의 감지기가 비정상이면 수술을 포함한 어떠한 치료도 실패로 돌아갈 공산(公算)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