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서울 본사 파크원 63층에서 열린 CEO 타운홀 미팅‘엔톡 라이브’에서 권영수 부회장(사진 가운데)과 120여 명의 임직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오토바이 배달기사 A 씨는 요즘 주유소를 찾을 일이 없어졌다. 주유소 대신 편의점 앞 배터리 스테이션에서 ‘충전이 아닌 교환’ 방식으로 배달을 준비한다. A 씨는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의 전기 오토바이 덕분에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아끼고 있다. 소음과 매연도 없고, 주행거리와 상태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는 배터리를 이용하면서 오토바이 관리가 훨씬 편해졌다.

A씨의 사례는 작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 1호 사내 독립기업(CIC·Company-in-Company)으로 출범한 KooRoo(쿠루)가 꿈꾸는 미래상이다. KooRoo는 올해 BSS(Battery Swapping Station·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관련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 전기 이륜차용 배터리팩을 충전이 아닌 교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사용 편의성을 대폭 높인 서비스다. 기존 이륜차 운전자들의 고충으로 꼽혔던 긴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 비싼 유지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홍덕 KooRoo 대표는 “전기 이륜차의 생태계가 확장되면 친환경, 저소음, 안전한 배달문화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BSS 전용 배터리팩 및 스테이션 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향후 수집된 사용 데이터를 활용해 전기 이륜차 생태계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사내 독립기업 KooRoo, AVEL 사업화 준비에 매진

LG에너지솔루션은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불린다. 전 세계 2차전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매출 및 영업이익 등 사업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데다 사내 독립기업 KooRoo처럼 구성원의 성장을 돕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거 회사의 성장이 곧 너의 성장이나 마찬가지라며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고 막연히 조직을 위한 충성을 바라는 것은 MZ세대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력망 통합관리 사업을 추진하는 AVEL(에이블) 역시 지난해 10월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 사내 독립기업이다. AVEL은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ESS(에너지 저장장치)를 활용한 가상발전소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예측은 날씨가 급격히 변하면 5~15% 정도의 발전량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오차가 큰 날에는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이 어렵다. AVEL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사업 부문인 ESS를 활용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예상보다 많은 전기가 발생했을 때는 ESS에 전력을 저장하고, 반대로 예상보다 적을 경우 저장해 놓았던 전력을 방전하는 방식이다. 김현태 AVEL 대표는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ESS에 저장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혁신적 사고와 도전으로 고객 가치 높여야”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 독립기업 출범과 같은 방식으로 ‘고객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KooRoo나 AVEL처럼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은 구성원에게 신사업 추진과 기업 운영이라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CIC의 독립적 운영 및 안정적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CIC는 출범 초기 CSO(최고전략책임자) 산하에서 철저하게 독립 조직으로 운영하되, 관련 사업부의 전방위적 지원을 받으며 신속하게 사업 운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CIC 리더는 사내외 호칭을 ‘대표’로 사용한다. CIC 대표는 민첩하고 기민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조직구성, 구성원 선발, 근무시간 및 업무공간 등 조직 운영 전반을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CIC 구성원들도 모두 직책에 따라 자유롭게 호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운영 과정에서 기존 조직과는 다른 차별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향후 CIC 스핀오프(Spin-off·회사 분할) 시 별도의 파격적인 보상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 가족들이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CEO 권영수 부회장은 “새로 출범하는 사내 독립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 사고와 도전을 통해 미래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 사내 독립기업 출범 확대 등 더 많은 시도를 통해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평적 조직문화…MZ 세대가 좋아하는 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직원 수는 약 1만여명으로 이 중 약 80%가 MZ세대인 ‘젊은 기업’이다. 덕분에 자유로운 근무 환경, 수평적 문화가 다른 기업들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욱 빠르고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대전기술원 임직원들이 가을 소풍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김모 씨(28)는 “거점오피스, 재택근무 등 업무 자율도도 높고 임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내 변화가 꾸준히 시행된다”라며 “취업준비생 및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사원 등 취업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과 변화는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거점 오피스를 수도권에 총 53개, 대전과 오창에 총 6개를 확보했다. 기존의 Flextime 제도(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도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고정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신년 행사에서 권영수 부회장 및 임직원들이 이벤트를 체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행복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6대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핵심업무에 집중하는 보고·회의문화 ▲성과에만 집중하는 자율근무문화 ▲’님’ 호칭을 통한 수평문화 ▲감사와 칭찬이 넘치는 긍정문화 ▲건강·심리를 Care하는 즐거운 직장문화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나눔문화이다. 권영수 부회장도 수시로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하고 싶다’는 열망이 될 때까지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