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는 2017년 서울시의 문화 환경 만족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5.94점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240여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문화실태조사에서도 서울 자치구 중 하위권이었다. 문화예술에 신경을 덜 쓴다는 인상이 강했다. 사정이 바뀐 것은 2018년 오승록 구청장이 취임하면서였다. 2020년에는 같은 문체부 조사에서 전국 구 지역 상위 10위 안에 진입했고, 민선 8기 들어서는 ‘내일이 기대되는 문화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노원구의 변신… 힐링 명소부터 4대 문화축제까지

철쭉이 아름답게 수놓아진 불암산 철쭉동산. /노원구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지난 임기(민선 7기) 때 주민을 위한 ‘힐링 명소’ 조성으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쭉동산과 나비정원이 있는 ‘불암산 힐링타운’과 방치되던 옛 화랑대역 주변을 탈바꿈시킨 ‘화랑대 경춘선 힐링타운’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집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원하는 구민들을 위해서는 각종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지역 내 4개 하천인 중랑천·당현천·우이천·묵동천은 걷기 좋은 산책로로 탈바꿈했고, 영축산과 수락산 등지에는 무장애 숲길이 열렸다. 구는 이어 ‘찾아가는 오케스트라’, 하반기엔 ‘찾아가는 거리예술제’를 열어 집 근처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6월에는 초안산 비석골공원 일대에 수국이 만개하는 ‘초안산 힐링타운’도 선보인다.

노원구에 ‘4대 문화축제’를 만들려는 목표도 곧 이룰 전망이다. 불암산 철쭉동산에는 지난해 25만명이 다녀갔다. 중계동 당현천에 예술 등(燈)과 빛 조형물을 수놓은 ‘노원달빛산책’은 66만명이 찾았으며, 코로나로 3년간 중단됐던 ‘노원탈축제’ 역시 지난해 25만명이 방문했다. 탈축제는 사물놀이는 물론 비보이 배틀대회와 유명 밴드 국가스텐·자우림의 공연이 어우러져 ‘노원구의 섭외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구는 올해 6월 화랑대철도공원에서 200여종의 맥주를 제공하는 수제맥주축제를 개최하는 것으로 ‘4대 축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 가보지 않은 길… 노원구만의 ‘3대 문화 시설’ 박차

수락산 자연 휴양림 트리하우스 조감도. /노원구

오 구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자치구는 하지 않은 것을 해야 주민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락산 자연 휴양림, 노원기차마을, 실내 레포츠 체험시설 ‘점프’가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됐다.

구가 추진하는 ‘수락산 자연 휴양림’은 노원구 상계동 산155-1 일대에 축구장 50개 면적에 달하는 규모로 세워진다. 오 구청장은 노르웨이 오슬로의 ‘피오르드 트리하우스’를 직접 답사하는 등 공을 들였다. 나무를 최대한 살린 후 그 위에 객실을 만든 트리하우스는 마치 동화 속 공간 같다.

화랑대 철도공원에 들어선 노원기차마을은 스위스 알프스의 산봉우리와 도시들을 본떠 정교하게 제작한 미니어처를 전시하고 있다. 기차마을에 들어서면 알프스 마터호른을 중심으로 스위스 시골 마을과 호수, 도시를 구현한 60여개 미니어처가 펼쳐진다. 특히 17대의 기차 모형은 실제 기차를 87분의 1 크기로 축소 제작해 총 길이 410m, 14개의 레일을 달린다. 관람객들은 버튼을 눌러 34개의 미니어처를 움직여 볼 수 있다. 구는 앞으로 이탈리아관을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실내 레포츠 체험시설인 ‘점프’도 조성한다. 카트라이더·트렘폴린·클라이밍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대형 복합시설을 만들기 위해 구 관계자들이 미국을 직접 방문하는 등 벤치마킹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있는 실내 레포츠 시설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원구는 이를 통해 ‘변방’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볼 것과 즐길 것이 있는 문화 중심지’로 갈아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