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강은 적절한 영양소 섭취와 소화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위(胃)는 건강의 기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 건강 상태는 위태로운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년 진료비통계지표’에 의하면 ‘위·식도 역류병’과 ‘위염 및 십이지장염’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인원이 각각 485만 명, 481만 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또한 우리나라 암 환자 7명 중 1명은 위암 환자다. 지난해 12월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위암 유병자(有病者)는 전체 암 환자의 14.2%로 갑상선암에 이어 가장 많은 유병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이들이 만성 위염과 같은 ‘속 불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평소 속이 불편해도 참고 견디다가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닫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은 위 건강에 꼭 들어맞는다. 새해에는 위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양배추에 풍부한 비타민U는 위 점막 보호는 물론 위산 등 자극으로부터 손상된 위벽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브로콜리(사진 왼쪽)는 위암의 경우 80% 이상 높은 암세포 증식 억제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Getty Images Bank

◇과식, 자극적인 음식, 스트레스 등…원인도 다양한 위염

위염은 위의 점막이 손상돼 염증으로 발전된 상태를 말한다. 위 점막은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 및 각종 소화효소로부터 위벽을 보호한다. 이러한 점막층 손상은 염증 발생의 빌미가 된다.

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과식 ▲급한 식사 ▲자극적인 음식 섭취 등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진통제·소염제·아스피린 등 약물도 위염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 ▲정신적 스트레스 ▲흡연 ▲음주 또한 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이 일시적인 경우 ‘급성위염’, 여러 염증 원인이 복합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만성위염’이라고 한다. 특히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조금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 장애가 생기는 신경성 위염도 현대인에게는 흔하다. 불안·신경과민·우울·스트레스 등 감정이 위를 지배하는 자율신경에 작용해 위장의 운동력을 떨어뜨리고 위산 분비도 줄게 만든다. 이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소화 장애가 생긴다.

위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원인요법 외에도 ▲심신을 안정시키는 안정요법 ▲위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식사요법 등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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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좋은 식품, 양배추

‘속 불편한’ 이들이 반드시 섭취해야 할 1순위 식품으로 양배추가 있다. 양배추는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이 선정한 서양 3대 장수식품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가난한 자들의 의사’라고 불릴 정도로 칼륨·칼슘·비타민C·비타민U 등이 풍부하고 열량이 적은 건강식품이다. 그리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양배추를 가리켜 “인간을 밝고 원기 있게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채소”라고 극찬했다.

특히 양배추가 주목받는 이유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U가 그 어떤 채소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비타민U의 원래 성분명은 메틸 메티오닌 설포늄 클로라이드(Methyl Methionine Sulfonium Chloride·이하 MMSC)로 위 점막 보호는 물론 위산 등 자극으로부터 손상된 위벽을 치유한다. 궤양 치료에 유효한 성분이라고 해서 ‘Ulcer(궤양)’의 앞 글자를 따 편의상 비타민U라고 이름 붙여졌다.

양배추의 궤양 발생 억제 효과는 1940년대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체니 박사(Dr. Garnett Cheney)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1950년대 초반에는 스위스 학자들이 양배추의 신선한 즙을 환자에게 매일 복용시킨 결과, 십이지장궤양 치료 기간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1950년대 중반에 이르러 미국 의사들에 의해 MMSC가 양배추즙 안에 들어 있는 소화성 궤양 치료 성분이라는 게 밝혀졌다. 현재 양배추에서 추출한 MMSC는 위궤양 치료제 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항암 효과가 매우 좋은 식품, 양배추

양배추는 항암 효과가 매우 좋은 식품이다. 양배추를 비롯한 십자화과(十字花科: 무·배추·냉이 등) 채소의 항암 효과가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 십자화과 채소는 여러 암에 대해 ‘50% 이상’의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위암의 경우 양배추·브로콜리·케일·냉이 등이 ‘80% 이상’ 높은 암세포 증식 억제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위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소에 양배추를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양배추, 생으로 먹거나 살짝 익혀야 효과 높아져

양배추는 부위별로 영양소 함유량이 다르다. 겉잎에는 비타민A·철분·칼슘이 풍부하고 하얀 속잎에는 비타민B군(群)·비타민C 함량이 높다. 양배추의 영양성분은 속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진다. 심지 부위에는 특히 위 건강에 좋은 비타민U 성분이 가장 많다. 다만 양배추의 심지는 단단하고 질겨 대부분 버려지는데, 살짝 찐 후 믹서기에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좋다. 주스로 갈아 마실 경우, 사과·오렌지·매실청 등도 함께 넣으면 양배추의 비린 맛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양배추에 함유된 대부분 영양소는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샐러드·즙·주스 등으로 생식(生食)하는 것이 가장 좋고, 가열할 때는 살짝 볶거나 데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