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행(行) 대이동!’
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카타르 군사령부 병원에서 1년간 만성통증센터를 운영하며 매달 직원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주말을 이용한 진료였는데, 우리 편의를 위해 해당 병원의 모든 과(科)와 시설이 협조했다. 20여 명의 전문의와 방사선사·간호사를 비롯해 약국·임상병리실 등이 만성통증 환자 치료를 위해 대기하는 구조였다. 만성통증센터는 카타르 내에서 금방 소문이 자자해졌다. 그리고 항공기와 숙소 그리고 에스코트까지 국빈급으로 제공하니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직원들도 나중에는 서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혔고, 모든 것이 중단됐다.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카타르 만성통증센터도 내년에 다시 오픈할 계획이다. 이곳은 아마 카타르뿐만 아니라 아랍에서 가장 시설이 좋고 고급스러운 만성통증센터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우리 만성통증센터가 다시 최고의 시설로 부활하게 되는 배경에는 환자들의 입소문 효과도 크다. 그중 극심한 발목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VIP 환자가 있었다. 애초 척추 협착증과 디스크 탈출증 수술 직전이었는데, 심장 등 여러 위험 요인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만성통증센터에서 치료받은 후 척추 협착증과 디스크 탈출증이 사라졌다. 이어 그는 발목과 발의 치료까지 원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릴 때는 아예 거동조차 하지 않아 통증을 못 느끼다가 다시 걷기 시작하니 심각해진 것이다.
먼저 필자는 환자에게 발목과 발의 퇴행성관절염이 매우 심한 것을 설명했다. 우선 발목에 영향을 주는 무릎 위와 아래에 있는 근육부터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목은 이미 뼈끼리 부딪쳐 염증이 심각했다. 따라서 그곳을 건드리는 것이 무의미했다. 발목을 움직이거나 영향을 주는 근육들을 검사하면 반드시 이상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부터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환자는 처음에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고, 함께 진료하던 현지 정형외과 의사에게 의견을 구했다. 필자는 그 의사에게 “발목을 움직이는 근육들 안에는 발목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sensor: 소리·빛·온도·압력 등의 변화를 알아내는 감지기)가 있다. 이 센서가 위치를 정확하게 보내지 않으면 발목 안의 관절이 서로 부딪쳐 관절염이 생긴다. 이것이 관절염에 대한 최신 견해이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 의사는 대학교수로서 수술 경험도 많았기에 금방 이해하고 환자를 설득했다.
필자의 진료 방식을 따른 환자는 금세 발목이 호전됐고 이어 발가락과 무릎의 치료까지 원했다. 물론 그 환자는 필자의 치료법에 대해 그 어떤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알아서 잘 치료해 달라고 온전히 맡겼다. 평생 괴롭혀 온 고통이 주사 한 방 안 맞고 치료되는 것에 신뢰를 갖게 된 것이다. 이 귀빈(貴賓)의 소개로 온 다른 환자들도 필자의 치료법에 대해 미리 교육받았는지 순순히 잘 따랐다.
어깨·손목·손·팔꿈치·목·허리·고관절·무릎·발목·발·턱관절 등에 관절염이 오면 이를 움직이는 근육에 문제가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 안에 근육과 관절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은 센서 장치들이 있다. 위치 수용체(동물체가 밖으로부터의 자극을 받아 뇌에 전달하는 기관) 혹은 고유 수용체라 일컫는 이들이 망가지면 척추 측만증으로 이어진다고 입증됐다. 현대 의학이 아직 관절염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가운데, 관절염 역시 ‘위치 수용체가 망가진 결과’라는 것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근육 속 ‘관절의 위치 관장’ 센서들은 ▲노화로 인한 근육의 마름 ▲같은 곳을 반복해서 다치는 경우 ▲관절 고정 또는 손상 큰 수술 ▲반복되는 수술 ▲오랫동안 관절이 고정되는 경우 ▲스테로이드 약물 반복 투여 등에 의해 망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발목이 아프다고 발목만 치료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발목을 움직이는 근육들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