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을 위해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만 닦는다’고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은 치과의사들은 ‘반드시 잇몸까지 마사지하듯 같이 닦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또한 알루미늄 솥 설거지하듯 박박 문지르는 칫솔질은 되레 치아 표면을 마모시켜 잇몸 통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라리 가볍게 양치질한 후 검지로 잇몸을 구석구석 문질러주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잇몸 마사지’는 혈액 순환을 돕고 피부 조직도 견고하게 만들어 구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무릎 관절을 치료한다’는 표현 역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무릎 관절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 더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세밀한 부위를 치료해 서서히 무릎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무릎 관절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법에 대해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퇴화를 조장한다’는 내용의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여 년 전 팔순(八旬) 환자께서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來院)하셨다. 엑스레이(X-ray) 사진만 봐도 무릎이 많이 망가져 있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여부에 대해 고민하다가 대학병원에 계신 은사님께 이 환자를 의뢰했다. 서너 달 후에 이 환자가 필자를 다시 찾아오셨다. 은사님께서 “수술하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으니 두세 달 기다려보고 그래도 정 힘들면 수술하자”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환자는 그 후로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기는 힘들지만 걷고 생활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셨다. 나는 내심 성급하게 수술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안도했다.
그 후 스님 한 분도 무릎 연골이 거의 닳은 채로 우리 병원을 방문하셨다. 무릎의 퇴행성 변화가 매우 심했다. 누가 봐도 수술이 정답이라는데 ‘메스’를 대기 싫어 어찌하면 좋겠냐고 찾아오신 것이었다. 사실 한 번 퇴화된 무릎은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정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무릎 주변 부위가 건강하다면, 일상에서 불편함이 다소 따르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무릎에 병이 있으면 무릎 질환이라고 하고, 허리가 아프면 척추 질환이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무릎 퇴화는 무릎 주위의 연부조직(신경·혈관·근육·힘줄·인대 등)이나 무릎에 영향을 주는 다른 관절들(척추·발목·골반 등)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무릎 관절 자체의 문제는 드물다.
스님 같은 경우 처음에는 치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전혀 조바심을 내지 않으셨다. 나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니 ‘왜 빨리 효과가 안 나타날까?’ 조급해졌다. 그런 나 자신이 스님과 비교하니 너무 하찮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 스님은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
‘잇몸이 건강해야 치아도 튼튼해진다’는 진리는 모든 관절(척추·무릎·어깨·발목·팔꿈치·손목 등)에 통용될 수 있다. 치아가 망가진 결과만 본다면 단순 치아 문제로만 국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원인인 잇몸을 치료·관리하지 않고 인공치아 이식 등 시술이나 수술요법만 쓴다면 결국 치료에 실패할 수 있다. 만성통증 부위에 주사를 놓거나 수술하는 것만이 능사(能事)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算)이다. 당장은 통증이 가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더 큰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으로 역습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명이 지금보다 짧았을 때에는 이런 사실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다. 성급한 수술 부작용 때문에 남은 삶을 고통 속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곧 맞닥뜨릴 초고령화 사회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더욱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무릎이 아프면 무릎 주위 피부나 근육을 눌러 보자. 분명 통증이 느껴지는 특정 부위가 있을 것이다. 그곳을 손으로 가볍게 문질러 준다. 무릎 안쪽도 중요하다. 지압하듯이 강하게 누르지 말고 아주 부드럽게 오랫동안 문질러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치아 건강을 위해 잇몸을 마사지하듯 관절 주위도 마사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무릎 주위에 존재하는 무수한 센서들이 뇌와 소통해 문제가 있음을 알리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자기 치유력’이 높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