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1%에서 1.25%로 올리면서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1.25%)으로 되돌아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1%인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앞서 한은은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5%로 떨어뜨린 이후 동결을 이어오다 지난해 8월 0.75%, 11월 1%로 두 차례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연속 인상한 것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여 만이다.
금통위는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한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의 이 같은 결정은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부담에도 불구하고 ▲석유·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병목 현상 ▲수요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우려가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지난해 동월 대비)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 웃돌다 10월 들어 3%를 넘어섰다. 이후 12월까지 3개월간 3%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가계부채는 1년 사이 10% 가까이 늘어 1845조원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행보가 빨라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3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을 마치고 6월께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지난 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 이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2%까지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 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은이 올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최종 기준금리가 2%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경제 성장과 현재 물가 상황 등을 고려해 보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한 번 더 인상해서 연 1.5%가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토대로 시장에서는 중립금리 추정치의 상향 조정 가능성도 언급된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가리키는데,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주요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 당국이 물가 전망 상향 등 변화 요인을 반영해 최근 중립금리에 대한 전망을 상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