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료가 인공지능(AI) 융합을 통해 의료 혁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방부, 국군의무사령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군이 보유한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AI 기술과 융합해 ‘의료영상 판독’과 ‘다빈도 질환의 의료진단’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군 의료 수준을 높여 장병들의 건강을 확보하고, 전투 임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해 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군 의료체계 개선 위한 인공지능 융합 프로젝트(AI+X)
민간 의료체계와 비교했을 때 군 의료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전문 의료인 부족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 사단 의무대는 X-ray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재로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이 있고, 군 병원은 판독량 대비 영상의학과 전문의(병원당 2~5명) 수가 부족해 전체 영상 판독에 한계가 있다.
이에 국방부(정보화기획관실)는 군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AI)을 선택했다. 최근 관련 기술이 급성장하며,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AI가 군 의료 현장 개선에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맞춤형 정밀의료, 건강관리, 의사결정 지원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AI 기술의 핵심은 빅데이터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하기에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 데이터에는 환자의 신상, 질병, 보험 정보 등 다양한 민감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사용하기 매우 까다롭다. 또한, 각 의료기관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의 형식이 달라 공유와 활용도 쉽지 않다.
이처럼 민간에서는 의료 데이터의 민감성과 표준화 이슈 등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어려움이 많지만, 군은 대규모의 통합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AI 적용을 통한 의료 혁신에 유리하다. 현재 군이 보유한 군 병원 DEMIS(국방의료정보체계, DEfence Medical Information System) 내 의무 진료 기록은 1,182천 명 대상 9.2억 건이며, 사단 DEMIS(1,000여 개 의무대) 내 의무 진료 기록은 4,250천 명 대상 1.6억 건이다. X-ray(1,689,541건/연평균) 등 AI 학습을 위한 대규모 의료영상 데이터도 이미 확보했다. 또한, 지난 2020년 9월에는 군 의료영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가공해 AI 기업이 학습·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AI+X 군의료 실증랩을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 내에 개소했다.
국방부는 과기정통부와 공동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인 AI 융합 프로젝트(AI+X)를 통해 열악한 군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민관군이 상생하는 AI 선도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군의료 AI+X 사업은 4년(2020~ 2023) 동안 총 332억 원이 투입되며, 국내 대표 의료 AI 기업인 뷰노·루닛·딥노이드 3개 컨소시엄이 군에서 발생 위험이 높은 흉부(폐렴, 결핵, 기흉), 척추, 사지 골절, 무릎 등 6대 질환의 영상 진단을 돕는 AI 솔루션을 개발한다. X-ray, CT 등의 의료영상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솔루션은 군부대 내 영상판독 전문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장병들에게는 신속·정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흉부 3종 질환(폐렴, 기흉, 결핵) AI 솔루션은 현재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완료했으며, 국군수도병원, 연평부대 등 군 의료 주요 기관과 격오지 의무부대에 시범 적용됐다. 해당 솔루션은 2023년까지 군부대 보급을 확대하고, 개발 대상 질환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월 27일 개최된 ‘인공지능(AI) 솔루션 시범 적용 착수식’에 참석한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의료영상 판독 솔루션은 그간 민간의 기술을 군 의료 환경 맞춤형 적용의 그 첫 단추로서, 향후 다양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대상 질환을 확대해 AI가 우리 장병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현수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국방부는 인공지능을 국방분야에 도입하여 스마트 국방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며, “특히 동 사업을 통해 장병 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군 의료분야에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게 되어 더욱 의미가 크며, 앞으로도 민관군이 상생하는 인공지능 선도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반 감염병 예후예측 솔루션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은 AI+X 프로젝트의 또 다른 과제로 AI를 활용한 감염병 예후예측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조기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2019년 11월 첫 환자가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고령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치사율이 올라가 심각한 인명 피해를 낳고 있어 일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대응 시스템은 의심 환자에 대한 무작위 격리 및 입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의심 환자의 중증 발현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 데이터(의사 진단, 흉부 X-ray 등)를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환자 분류나 치료, 수술 등 조기 대응이 가능해져 질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또한, AI를 활용해 발병→경과 정도→치료→완치의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예방·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AI 융합 신규 감염병 예후예측 솔루션 개발을 위해 과기정통부는 20여 개 의료기관으로 구성된 감염병 코호트를 구축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관련한 임상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감염병 환자의 영상 및 임상데이터를 활용하여 예후(질환의 경과, 중환자실 입원, 사망률, 산소호흡기)를 예측하는 AI 모델은 현재 3종이 개발됐으며, 해당 솔루션은 효과성 검증 및 고도화를 진행해 일선 의료 현장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