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두발로병원 대표원장은 “소아정형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가야 보행·자세 등 아이들의 이상 증상과 질환을 정확히 진단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아이들의 뼈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어른보다 뼈가 훨씬 더 많고 골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서 엑스레이를 찍어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 다리 모양이나 걸음걸이가 조금만 이상해도 부모들은 속이 타는데, 수개월 걸려 대형병원 진료를 예약해도 기형(畸形)이나 중병(重病)이 아니면 ‘괜찮다’는 말만 듣고 끝나게 되죠. 나중에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데도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까다로워하고, 환자는 부모들 걱정에 대형병원으로 몰리지만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죠. 일종의 ‘미스 매치’인 겁니다. 제가 지방병원과 대학병원 교수 하면서 이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후 거점이 되는 지역마다 ‘소아정형(小兒整形)’을 전문으로 하는 일반 병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두발로병원은 지난 9월 개원(開院)했다.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왼쪽 골목으로 꺾으면 바로 보인다. 독특하게도 1층과 지하에 CGV 영화관이 있는 빌딩에 들어섰다. 흔히 피부과·성형외과 등 미용 전문 병원이 많다고 알려진 압구정에 ‘소아정형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형외과가 도전장을 내민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시 청소년 인구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강남구의 0~18세 청소년 인구는 8만9667명이다. 송파구에 이어 서울 25개구(區) 중 두 번째로 많다. 이강 두발로병원 대표원장은 강남구에 ‘소아정형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대표 메카인 압구정에 둥지를 틀었다. 수도권에서 잘 알려진 곳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을 고려해도 입지 조건이 좋았다. 수도권에서 대학병원 교수 등으로 의사 생활을 하던 그는 현지에서 지역 의료의 필요성을 절감, 안정적 지위가 보장되는 교수 자리를 떠나 개원의(開院醫)로서 독립을 선언했다. 이강 원장은 “제가 무료 봉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수요가 있는 곳에 ‘지역 의료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 치료를 받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이강 원장을 두발로병원 2층 진료실에서 만났다.

이강 원장은 “골절, 키 성장, 오(O)다리, 엑스(X)자 다리 등의 증상으로 저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두발로병원 제공

◇우리 아이 身體 건강, 답답한 부모 마음 풀어주는 ‘꼼꼼한 검진’

Q. 일반 정형외과가 있는데 소아정형외과가 따로 필요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아이들 다쳐도 일반 정형외과 가면 안 되냐’고요.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죠. 하지만 아이들 신체 특성은 어른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인대는 굵은데 뼈는 약하고, 뼈가 어른보다 많고, 무릎을 다쳤는데 발목이 아픈 상황처럼 면밀하게 관심 두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검사는 다양하게, 진찰은 꼼꼼하게 해야 하죠. 어디가 붓고 압통(壓痛)이 있는지, 열감(熱感)은 어떤지 하나하나 찾아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훈련이 돼 있는 의사들이 많지 않아요. 소아정형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가야 아이들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받을 수 있죠.”

Q. 소아정형이 중요한 의학 분야임에도 정작 전공자들은 많지 않다더군요.

“공부를 더 해야 하고 배우기가 힘드니까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의사들도 적죠. 한마디로 비(非)인기 분야인 거죠. 지금 정형외과 전체 의사 중에 소아정형을 따로 공부하는 사람은 대략 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압니다. 지역별로 봐도, 도(道) 하나에 몇 명 정도니까요. 사람이 적어서 의사들끼리는 서로를 다 알아요. 그마저도 대부분 대형병원에 있으니까 일반 환자들이 한 번 진찰받으려면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고, 희귀 질환이 아니면 정성스러운 진료도 받지 못합니다. 애가 달리는 자세가 이상한데 대학병원에서는 ‘문제없다’고 하고, 척추가 좀 휜 것 같은데 ‘측만증(側彎症)’은 또 아니라고 하고. 부모들로선 답답하죠. 그래서 저희 두발로병원처럼 소아정형 전문 일반 병원이 지역 내 수요를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겁니다.”

Q. 소아의 인체 내 조직 구성은 성인과 어떻게 다른가요.

“가령 소아의 미성숙한 뼈에는 ‘성장판’이라는 게 있습니다. 성장판과 인접한 ‘골단’과 ‘골간단’이라고 하는 긴 뼈의 말단 부분은 성인이 될 때까지 모양과 구성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요. 나이가 들고 성장하는 정도에 따라 해부학적·생역학적으로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소아 근골격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적절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강 원장은 “통증이 있는 평발은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키 늘린다고 영유아 ‘다리 쭉쭉이’? 고관절 탈구 올 수도

Q. 소아 환자들은 주로 어떤 질병으로 내원(內院)하나요.

“저희 병원은 진짜 어린 유아(乳兒)들, 생후 한두 달 되는 아기들부터 중학생까지 진료합니다. 영유아 중에서는 흔히 ‘고관절 탈구(脫臼)’ 라고 하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의심돼 내원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다리 뼈가 고관절에 딱 붙어 있지 못하고 빠지는 거죠. 생후 1~6개월까지 거쳐가면서 뒤늦게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일찍 진단을 받으면 보조기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이 보통 아기 키 크게 한다고 다리를 쭉쭉 당기는데 관절 건강에 안좋을 수 있어요. 또 골절이나 키 성장 외 구루병, 오(O)다리, 엑스(X)자 다리 등의 증상으로 저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평발 치료도 전문인 걸로 압니다.

“평발을 대개 병적으로 인식하는데, 사실 발의 아치가 남들보다 낮다는 것뿐이에요. 발의 키가 작은 게 특별한 질환은 아니죠. 다만 통증이 있을 때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겠죠. 통증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아킬레스건이 짧아서, 즉 종아리 근육이 많이 팽팽해졌기 때문인데요. 스트레칭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방치하면 아이들이 통증 때문에 덜 움직여서 비만이 되기 쉽고, 친구들과 잘 뛰어놀지 못해 내성적인 성격이 되기도 해서 주의해야 합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두발로병원 2층 로비. /두발로병원 제공

Q. 아이들의 건강한 보행·자세를 위해 피해야 할 ‘잘못된 습관’은 뭔가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바닥에 앉게 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바닥에 앉다보면 자세가 삐딱해지니깐요. 대신 의자에 앉게 하세요. 그리고 키 크게 한다고 성장판 자극을 위해 농구나 줄넘기 같은 운동을 과격하게 시키는 건 좋지 않아요. 오히려 성장판을 짓눌러 악영향을 끼칩니다. 성장판은 눌리는 게 아니라 늘어나야 하는 거죠.”

Q. 앞으로 소아정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면요.

“제가 대학병원에서 진료한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골절이나 성장판 손상 후유증, 평발, 걸음걸이 이상 등이 해당합니다. 아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우리 같은 소아정형 의사들이 간과해선 안 되는 것들이죠. 단순 골(骨) 연령 측정을 벗어난, 키 성장에 관한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