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폭력과 범죄가 가득한 이곳에서 한 허름한 차고에 아이 11명이 모였다. 그들의 손에는 무기나 마약 대신 악기가 쥐어졌다. 빈곤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첫 출발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 어린이와 청소년 35만여 명이 참여하는 큰 규모로 성장했고 美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인 음악인을 다수 배출했다.
지난 4일 서울 천왕동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문화예술교육 지원 프로그램 ‘미래로 이어지는 펀드’(이하 미래펀드) 업무협약식은 이른바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지속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미래펀드’는 제주 토스카나 호텔이 한국청소년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음악을 배우고 싶지만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악기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을 맡고 토스카나 호텔의 지원 아래 청소년 단원으로 구성된 ‘더 뮤즈 오케스트라’ 정기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신동휴 토스카나 호텔 회장과 황인국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신 회장은 “‘미래펀드’는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많은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과의 만남을 선물할 프로젝트로 꾸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미래 사회의 중요한 역량인 창의력, 융·복합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청소년 시절 다양한 문화 체험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미래펀드’ 프로그램 업무 협약을 맺게 된 계기는?
신동휴 회장(이하 신) : “‘미래펀드’는 사회로의 환원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토스카나 호텔의 장기 기부 프로그램이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서적 박탈감을 해소시켜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운영 방식은 호텔 이용객이 기부한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호텔에서 매칭해 이용객이 기부한 금액을 두 배로 만들어 재단에 기부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토스카나 호텔에서 월 1000만원의 정기적인 기부를 통해 고객의 기부 금액이 높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일정 수준의 기부 금액을 보장할 계획이다.”
황인국 이사장(이하 황) : “과거 IMF 위기로 인해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신문기사로 접한 후, 작지만 의미 있는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한국청소년재단의 운영이사로 참여했고 현재는 이사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에게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디딤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토스카나 호텔과 함께 ‘미래펀드’를 진행하게 됐다.”
- 이번에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택한 이유는?
신 : “‘미래펀드’를 통해 모이는 기부금은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곳에 사용된다.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토스카나 호텔의 나눔, 문화, 예술경영 브랜드에 부합하며 그중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은 공연 준비 등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고, 문화·예술 공연으로 기부자에게 감동을 되돌려주는 선순환 활동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취지에 공감하는 문화·예술인과의 협업과 여러 후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황 :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문화·예술은 진입 장벽이 높아 소득 격차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청소년 시절에는 작은 교육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미래펀드’만의 장점이 있다면?
신 : “단계별로 체계적인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더 뮤즈 오케스트라’ 단원의 경우, 서울시 내 지역아동센터 MOU를 통해 30~40명을 모집해 클래식 연주 및 창작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소규모 그룹 지도와 온라인 강의를 병행할 예정이다. 이후 2022년 12월 예정인 ‘토스카나 음악제’ 최종 공연 날까지 합주 연습이 진행된다. 현악기, 목관, 금관 등 10개 파트로 구성된 단원의 교육을 시작으로 1년간 참여자와 강사진이 함께 실력을 키우게 된다. 더불어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참여자들이 함께 공통의 목표를 향한다는 점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도 될 수 있다.”
황 : “‘미래펀드’는 기업, 전문단체, 고객이라는 삼위일체가 만드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예술펀드’다. 기업은 후원의 역할을 넘어서 봉사와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고, 전문단체는 배움과 성장을 위한 지원체계를 관리하고, 고객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참여하게 된다.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신 : “아이들에게 배고픔만큼 힘든 건 ‘상대적 박탈감’이다. 아이들에게 토스카나의 태양처럼 빛날 수 있도록 배움과 경험의 등불을 선물하고자 한다. 음악을 배우고 싶지만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아이들이 원하는 배움의 기회를 찾아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더욱 큰 꿈을 꾸게 되길 바란다.”
황 : “기업 경영의 최종 목표는 나눔과 봉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목표를 넘어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미래펀드’의 취지라 할 수 있다. ‘더 뮤즈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그 의미를 실현하는 미래의 리더로 성장해 ‘미래펀드’의 취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