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1일(현지 시각)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밝혔지만 주요국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가 1957년 개발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이름을 따서 '스푸트니크 V〈사진〉'라는 이름을 붙인 이 백신은 3상 임상 시험을 마치지 않은 상태다. 백신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 시험은 보통 수만 명에 대해 수개월 동안 실시한다. 러시아는 1, 2상 시험에 대한 데이터도 국제 학술지 등을 통해 발표하지 않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실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입증했기를 희망하지만 과연 입증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우리도 6개 이상 백신 후보가 있다"며 "효과가 없거나 사람들에게 해가 될 가능성을 감수한다면 당장 다음 주라도 개발을 마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독일 보건부도 "러시아 백신의 품질,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성급한 백신 등록을 비판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카밀 로흐 박사는 "3상 임상 시험 결과 없이 백신 개발이 완료됐다고 하는 것은 잘 봐줘야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조작을 한 것"이라고 했다. 오히드 야쿱 영국 서식스대 과학정책연구단 박사는 "맹물보다 별로 나을 게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러시아 백신을 수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연구에 엄청난 신뢰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의 백신이 도착하면 내가 첫 시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 측과 접촉해 백신에 대한 적격성 심사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기본적 데이터가 확보돼야 국내 도입 및 접종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