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소셜미디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가 결국 폐업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싸이월드가 문을 닫음에 따라 ‘미니홈피’에 남아있던 사진첩 등 데이터는 복구가 이제 어려워질 전망이다.
4일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에서 싸이월드의 사업자등록상태는 ‘폐업’으로 분류됐다. 폐업 일자는 지난달 26일이다. 이는 싸이월드의 자진 폐업이 아닌, 담당 세무서가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을 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사업을 하지 않았거나, 사업자의 소재 파악 불가능 등 이유로 국세청이 싸이월드가 사실상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IT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잠실 인근에 있는 싸이월드 사무실은 텅 비어 있는 상태다.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지만, 로그인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작스런 폐업…과기부, 현장 조사 나서
싸이월드의 갑작스런 폐업소식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하자 과기정통부는 “싸이월드 측의 폐업 신고가 없었다”면서 “실제 폐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인 싸이월드는 폐업 30일 전 이용자에게 폐업에 대해 알리고, 폐지 예정 15일 전까지 과기부에도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는 국세청 사업자 등록증 말소와는 별개의 절차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이번 폐업은 국세청의 직권 폐업인데다 사이트가 일정 부분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다. 과기부는 이에 따라 싸이월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서의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지 현장 조사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1세대 소셜미디어, 시대의 흐름에 뒷전으로
싸이월드는 2000년대에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셜미디어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0년대로 들어서며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서비스의 인기에 밀려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지난 2015년에는 방명록·일촌평·쪽지 서비스를 종료하고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상태로 단장하는 ‘싸이홈’ 서비스를 내놨지만, 이용자를 다시 모으는 데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10월에는 이용자에게 별도의 사전 공지 없이 싸이월드 도메인(cyworld.com)이 접속 불능에 빠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싸이월드 측은 도메인의 만료 시점을 올해 11월 12일로 1년간 연장하며 서비스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폐업’으로 분류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사진첩과 다이어리에 남아있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다. 폐업과 함께 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자는 폐업 시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현재 연락을 받고 있지 않다. IT업계에서는 “운영자가 아직 사이트 운영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자금이 고갈돼 임금체불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운영권을 팔지 않으면 결국 폐업과 이용자 데이터 삭제는 불가피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