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가운데) 중국 총리가 1일 산둥성 옌타이를 방문해 노점상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원(源)이자 중국의 생기”라고 말했다.

1일 오전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의 한 마을을 시찰했다.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고 첫 지방 일정이었다. 리 총리가 만난 사람은 비빔면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노점은 고위 인사 방문을 앞두고 다 철거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망은 이날 리 총리가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원(源)이자, 가오다상(高大上·고급 첨단을 뜻하는 말)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생기"라고 찬양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1분기 중국 경제가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한 가운데 중국 지도부와 관영 매체들이 '노점 경제' 띄우기에 나섰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자본 없는 사람도 도로에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팔게 허용해 도시 실업 인구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노점 경제를 강조한 것은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0여년 만이다.

리 총리는 지난달 28일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노점 경제를 찬양했다. 그는 "서부의 한 도시가 노점 3만6000개를 설치해 하룻밤에 1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중국 언론은 리 총리가 언급한 도시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라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청두시는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자 지난 3월부터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경우 도로를 점유해 노점을 할 수 있다'는 지시를 내리고 2000개 넘는 노점 허용 구역을 지정했다.

리 총리 언급 이후 중국 매체도 일제히 노점 경제를 보도하고 있다. 노점 제한을 완화하면 500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추정을 내놓은 곳도 있다.

중국에서 노점 경제가 칭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6년 극좌 사회운동인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켰던 지식 청년들이 도시로 돌아왔다. 이들은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좌판을 깔고 음식을 팔기 시작했고 정부가 이를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성장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정부는 '도시 정비'를 이유로 노점 단속을 하면서 대도시에서는 노점을 찾기 어려워졌다.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노점 경제가 주목받은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다. 도시 실업자가 늘자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이 노점 단속을 완화하는 조치를 앞다퉈 내놨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지나가자 다시 노점 단속이 강화됐다.

중국에서 다시 노점 경제가 주목받는 것은 중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1인당 (연간) 평균 가처분소득이 3만위안(약 515만원)을 넘었지만 6억명의 월평균 수입은 여전히 1000위안(약 17만원) 내외"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