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비샤카파트남 LG폴리머스인디아(LG화학 인도법인)에서 누출된 가스는 전자제품 외장재, 자동차 타이어, 인조대리석과 같은 다양한 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스티렌 모노머(SM)라는 석유화학 원료에서 나온 것이다. SM이 이번 사고처럼 액체 상태에서 기화돼 유증기가 될 경우 이를 흡입하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가스 누출로 최소 12명이 숨졌는데,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불리는 1984년 보팔 가스 노출 참사 당시 유독가스에 비해서는 이번에 누출된 가스의 독성이 4600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 시각)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 LG폴리머스인디아(LG화학 인도 법인) 공장에서 한 남성이 실신한 사람을 어깨에 들러메고 대피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최소 11명이 숨지고 약 1000명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서는 선풍기 날개, 화장품 용기와 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핵심 원료가 SM인데, 해당 공장에서는 이 원료를 액체 상태로 5000t 규모의 탱크 2곳에 저장했다. 현지에서는 이 탱크의 냉장 설비가 고장나면서 SM이 산소와 만나 유독가스로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M은 무색의 액체 형태를 띤 물질로 고유의 향기가 나는 ‘방향족(Aromatic)’ 석유화학제품이다. 이 SM을 만들기 위해서는 벤젠과 에틸렌이라는 두 가지 기초원료가 필요하다. 벤젠은 방향족 제품을 생산하는 별도의 공장에서, 에틸렌은 석유화학공장의 대표 설비인 NCC(나프타분해공장)에서 생산된다. 즉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이 SM의 원료가 되고, 이 SM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셈이다.

SM이 이번처럼 유독가스를 내뿜을 때 위험성은 얼마나 될까.

인도 뉴델리의 전국의료과학위원회(AIMS)에 따르면 이 유독가스를 호흡기로 흡입하거나 입으로 섭취하거나 피부로 접촉했을 경우 기침·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다량의 가스에 노출될 경우에는 뇌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 두통, 메스꺼움, 구토, 걸음걸이 불안정, 혼수상태, 폐결핵, 심박수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고처럼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이 가스를 흡입한 경우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고, 산소를 마시게 하는 방법 등으로 치료하고 있다.

비슷한 사고는 지난해 5월 충남 서산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SM 이송 도중,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유출돼 인근에 악취가 발생하고 근로자와 주민 수백여명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 중 하나로 꼽히는 인도 보팔 가스 누출 참사(1984년)를 일으킨 유독 물질에 비해 이번 SM의 독성은 낮다. 보팔 참사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유니언 카바이드가 인도 보팔에 있는 화학공장에서 일으킨 것으로, 농약 원료로 사용되는 메틸이소시아네이트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사고가 났다. 현재까지 2만명이 숨지고 12만명이 실명과 호흡곤란·위장장애 등을 앓고 있다.

메틸이소시아네이트가 유발한 유독가스에 4시간 동안 노출될 경우 LC50(반수치사농도·실험 동물 50%가 죽을 수 있는 농도)는 0.0025 mg/L에 불과하다. ‘급성흡입독성 구분 1’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가스다. 반면, 이번에 유출된 SM의 경우 4시간 동안 노출될 경우 LC50이 11.7mg/L로 ‘급성흡입독성 구분 4’에 해당해 메틸이소시아네이트에 비해서는 독성이 4680배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