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코로나의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래설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 여성 과학자가 주목받고 있다. 스정리(石正麗·56) 연구원이다. 우한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에서 유학한 그는 중국과학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원이자 관련 기관인 우한국가생물안전실험실 부주임을 맡고 있다. 우한국가생물안전실험실은 2015년 문을 연 아시아 첫 번째 P4(Protection Level 4) 실험실로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다룬다.
스 연구원은 박쥐 관련 바이러스 전문가로 '중국의 배트우먼(batwoman)' 이라고 불린다. 지난 16년간 아열대기후인 중국 남부의 윈난, 광시성의 박쥐 굴에 들어가 샘플을 채집했다. 2002~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한 연구소가 작년 12월 24일 낸 박사 후 과정 모집 공고에는 스 연구원팀이 박쥐의 이동과 바이러스 전파 등의 연구를 위해 연구원 한두 명을 뽑는다고 돼 있다.
작년 말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나타나자 상하이에서 강연을 하던 스 연구원은 우한으로 돌아와 바이러스 분석에 참여했다. 그는 3월 미국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인터뷰에서 신종 바이러스를 분석하는 한편 지난 몇 년간 연구 자료를 뒤져서 샘플 처분 등에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환자에서 추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의 연구팀이 박쥐 동굴에서 수집했던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자 그는 "며칠간 잠을 못 잤는데,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그는 각종 소문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가 박쥐에서 천산갑 등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네티즌들은 우한 실험실과 그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신종 코로나는 대자연이 인류의 비문명적인 생활 습관에 내린 징벌"이라며 "내 목숨을 걸고 장담하는데 실험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우한 연구소를 코로나 발원지로 꼽으면서 그의 입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가 대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에는 그가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망명했다는 설(說)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와 가족은 모두 잘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망명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