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닌텐도 게임기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 선물용으로 사려는 젊은 부모뿐 아니라 코로나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려는 젊은이들까지 대거 몰리면서, 주 판매처인 대형마트에는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아침에 마트 문을 열면 수백명이 매장으로 몰려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동물의 숲이 뭐기에?
대란(大亂)의 주인공인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판은 휴대용 게임기인 스위치에 게임 동물의 숲 타이틀이 더해진 패키지 상품. 정가는 36만원이다. 하지만 매일 풀리는 물량이 적어 인터넷상에서는 웃돈이 붙어 5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인기인 것일까.
게임 ‘동물의 숲’ 시리즈는 일본 닌텐도사가 2001년 출시한 게임으로, 주인공이 숲 속 마을에서 집을 꾸미거나 낚시·농사 등 소일거리를 하는 것이 주 콘텐츠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닌텐도가 시리즈 신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냈는데, 이게 전 세계적으로 대박이 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의 숲은 3월 한 달간 500만장을 판매해 콘솔(게임기)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로 ‘집콕족’이 늘면서 콘솔 게임 인기가 급증했고, 동물의 숲이 수혜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서도 4월 초부터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대박 조짐이 있었다. 여기에 어린이날 연휴가 낀 5월 첫주 연휴가 겹치면서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좀비 영화 방불케 하는 닌텐도 쟁탈전
지난달 30일 수원 영통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는 10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전날 이 대형마트에 닌텐도 스위치 45대가 입고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게임 매장을 향해 수백명이 우르르 몰려간 것이다. 이날 추첨권 300장을 준비했다는 마트 측은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며 사과까지해야 했다.
밤샘 줄 서기와 오픈런(마트 문을 열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간다는 의미) 증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위치 한국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에는 “직원이 문 열리고 들어오라고 말하는데 기어이 들어오다가 셔터를 부쉈다” “학생이 넘어졌는데 밟고 지나갔다”는 글이 최근 올라왔다.
이 카페에서는 ‘어디 지점에 내일 몇장이 들어온다더라’ ‘오늘은 안 들어온다’는 정보도 공유되고 있다. 심지어 서울에 살면서도 충청 등 지방 대형마트를 찾아가 구매했다는 인증 글도 올라온다.
좀비 영화를 무색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자 아예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곳도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자사 이마트앱과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팔고 있다. 이것도 선착순 등이 아닌 응모를 받아 추첨하는 방식이다. 이마트 측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량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36만원짜리 50만원에 파는 얌체 되팔렘도
하지만 중고시장에 웃돈을 얹어 파는 ‘되팔렘(유명 게임 디아블로에 등장하는 캐릭터 ‘네팔렘’과 되팔이의 합성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정가 36만원인 동물의 숲 에디션을 50만원대에 판다는 글이 수백개 넘게 올라와 있다. 직장인 김모(39)씨는 “아들은 계속 동물의 숲을 사달라고 하는데 도저히 줄 설 자신이 없어 매일 중고나라를 들여다 보지만 50만원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닌텐도 “코로나로 생산 차질”
왜 이렇게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일단 코로나로 인한 급작스런 인기로 닌텐도 스위치 물량이 달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닌텐도는 최근 부품·위탁조립 협력사에 2분기 생산 대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닌텐도는 협력사들에 “스위치 생산 대수가 전년도 2000만대 수준보다 10% 늘어날 것”이라고 알린 상태다. 닌텐도는 생산을 주로 중국에 위탁하고 있다. 다만 닌텐도는 “부품 조달 일부의 공급 전망을 알 수 없어 얼마나 스위치를 생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로 부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닌텐도코리아 측은 “동물의 숲 에디션은 한정판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출하가 예정돼 있으며, 희망소비자가격은 36만원이다”라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