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주장대로 범여권이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면 개헌(改憲)을 제외한 모든 법안·예산·정책을 정부 여당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공주찾은 이해찬 "과반 만들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가운데) 대표가 12일 오전 충남 공주시 신관동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박수현(오른쪽 둘째)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제1당을 넘어서 150석 넘는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쳐 150석 이상 과반 의석만 얻더라도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은 여당 몫이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임명과 쟁점 법안 처리도 밀어붙일 수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이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문재인 정부의 독주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汎與 180석 되면 개헌 빼고 모두 가능

여권 일부 인사들이 '범여권 180석' 전망까지 내놓은 것은 최근 여권 내부 기류와 여론조사 동향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중반 여당 상승세를 감안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여권 핵심부는 겉으로는 부정하면서도 내심 기대감을 갖고 있다. '범여 180석'을 달성한다면 미래통합당 등 야당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국회에서 모든 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가능해진다. 재적 3분의 2(200석 이상) 이상이 필요한 개헌을 빼면 사실상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수당의 '법안 일방 처리'를 막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 규정도 무력화된다. 야당이 법안에 반대해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려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통과 요건은 재적 의원의 5분의 3(300석 중 180석) 이상이다. 180석이면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과반 확보 시 국회의장·주요 상임위원장 차지

여권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경우에도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을 세우고 국회 운영위·예결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해도 정부 예산안과 부수 법안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또 '4+1 협의체'처럼 범여 군소 정당들의 도움을 받으면 상당수 법안도 밀어붙일 수 있다. 작년 말에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을 '기습 상정'하면서 야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었다.

각 부처 장관뿐 아니라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한 국무총리와 헌법재판관, 대법관 임명도 여당 뜻대로 할 수 있다.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공수처장 임명권을 사실상 틀어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 7명 중 2명이 야당 몫인데, 이 중 1명을 여권의 '위성 교섭단체'가 가져갈 수 있다. 야당에선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에선 벌써부터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야당 승리 시 '독주 저지' 가능

반대로 야당이 제1당을 차지하면 국회의장 자리를 확보해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 국회 주도권을 뺏겨 주요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통합당은 "반드시 원내 1당을 차지해 민주당이 국회와 공수처, 검찰까지 좌지우지하는 독재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통합당과 근소한 차이로 제2당이 되더라도 민생당, 정의당 등과 손을 잡고 과반 의석을 확보해 국회의장직을 가져가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회의장직을 놓고 여야가 유례없는 초강경 대치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