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입을 꾹 다문 채 속이고, 책임을 전가하다가 눈을 뜬 채 (전염병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 인민의 분노는 폭발한 화산 같고, 분노한 인민은 더 이상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6일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 칭화대 법대 쉬장룬 교수가 썼다고 알려진 에세이 한 편이 화제가 됐다. "돼지의 해가 쥐의 해로 바뀔 때 구구(九衢·교통이 발달한 큰 도시)에서 전염병이 시작됐다"고 시작하는 이 글은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침 막아라" 침대시트로 꽁꽁 동여맨 환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근원지인 우한시의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병원에서 5일 한 환자(오른쪽)가 마스크를 끼고 침대 시트를 온 몸에 두르고 서 있다. 뒤쪽 침대엔 다른 환자들이 누워 있다.

쉬 교수는 "최고 권력자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조직적인 무질서와 윗사람에게만 책임을 다하는 제도적인 무능, 내 한 몸 지키려는 이기심이 억만(億萬) 인민을 얼음과 불에 몰아넣었다"며 "천재(天災)보다 큰 인재(人災)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된 중국 통치 시스템이 낳은 인재라는 것이다.

우한 폐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중국식 통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상부 눈치만 보고 책임을 지지 않는 관료들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 들어 당(黨)과 정부의 권력이 시 주석에게 집중됐지만 국가 위기 속에 시 주석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우한(武漢)의 한 도매시장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불과 두 달 만에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확산된 가장 큰 원인은 우한시 정부의 늑장 대처였다. 우한시는 이미 작년 12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신종 전염병을 인지했고, 사람끼리 전염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다가 1월 21일에야 방역지휘본부를 만들었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방역 지시를 한 다음 날이었다.

중국 정부는 1월 23일 우한을 봉쇄했지만 춘제(중국 설)를 맞아 500만명 이상이 우한을 떠나 중국과 전 세계 다른 도시로 나간 뒤였다. 저우셴왕 우한시장은 지난달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지방 정부로서 (중앙의) 허가를 받은 뒤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병상과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병원들의 아우성에도 후베이(湖北)성 정부나 우한시는 "물자가 충분하다"며 큰소리를 쳤다. 실제 상황은 달랐다. 우한대 중난병원 의사인 펑즈융은 5일 중국 매체 차이신과 인터뷰에서 "1월 6일 중증 환자가 처음 왔고, 4일 후 집중치료실 병상 16개가 다 찼다"며 "환자 가족이 무릎을 꿇고 호소해도 냉정하게 돌려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우한 내 치사율(4.1%)은 후베이성 이외 지역 치사율(0.18%)보다 20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제때 의료진을 투입하지 못해 사망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시 주석에 대한 직접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반체제 변호사인 쉬즈융은 지난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한 폐렴 사태 등 중대 위기에 대처할 수 없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도부는 1월 25일 전염병 대응 지휘본부격인 '영도소조(領導小組)'를 구성했다. 조장은 리커창 총리가 맡았다. 홍콩 명보는 5일 "시 주석이 감염 등 안전 우려 때문에 조장을 안 맡았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광둥성을 시작으로 베이징, 톈진 등의 방역 현장을 찾았던 것과 시 주석의 행보를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미 CNN은 5일 "현장 지도자를 강조하던 시 주석이 이번 사태 들어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