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 의대에도 창업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대 의대 연건캠퍼스에서 서울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경진대회 ‘미니 D-데이’가 열렸는데요. 서울대 의대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D.CAMP)이 공동주최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길이 보장된 학생들은 왜 창업을 꿈꾸는 걸까요? ‘스타트업 취중잡답’ 시리즈 신년기획으로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경진대회에 앞서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어떤 특정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창업하는 것은 권유하지 않는다. 좋은 기술이 있으면 차라리 다른 회사에 팔아서 로열티 받는 것이 낫다"며 "내 비전이 명확하게 있을 때 꿈을 이루기 위한 창업을 권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차기철 인바디 대표는 "창업에 성공하려면 기술적 베이스, 경영 능력, 마인드셋의 3가지가 중요하다"며 "3가지 중에선 돈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사업적 성공을 추구하는 마인드셋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창업은 운전과 같다. 모를 때는 멋있어 보이고 무서워 보이지만 해보면 별 것 아니고 컨트롤만 할 줄 알면 된다"며 "나보다 먼저 경험을 한 선배나 멘토를 많이 알고 있으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PT 발표가 이뤄졌습니다. 총 5팀이 나왔는데요.
가장 먼저 나온 임한별, 한지윤 학생의 ‘유별나지않아’ 팀은 우울증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마음반창꼬’를 제안했습니다. 앱을 설치하면 우선 기본적인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성격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후 하루 한 번 일기를 쓰고 DSM-5 기준에 따른 간단한 질문에 답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심리 상태와 우울증 여부를 진단합니다. 위험군 환자는 전문 카운슬러를 연결해준다고 하는군요.
이어 김현식, 이원석, 정성현, 한승엽 학생의 ‘잇닥’ 팀은 MRI 촬영 플랫폼을 제안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환자가MRI를 찍기 위해 평균대기하는 시간은 2개월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진료받기 까지 시간이 길어지죠. 반면 의원급은 당일 촬영이 가능합니다. 잇닥은 둘 사이를 연결해서 상급병원의 환자가 상급병원의 의뢰로 의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상급병원으로 보내주는 플랫폼을 제안했습니다. 진료받기까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죠.
김진하 학생 등의 ‘헬써플로우’ 팀은 문진 챗봇을 제안했습니다. 병원에 가면 환자 증상 파악하느라 진료 시간이 늘어지면서 대기줄도 길어지는데요. 문진 챗봇으로 증상을 다각도로 분석한 뒤 의사에게 전달하면, 진료와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준녕 박사와 이건 학생의 ‘Deepspecto’ 팀은 스마트와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혈압을 잴 수 있는 의료기기를 발표했습니다. 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기존 휴대용 혈압계는 갖고 다니기 번거로운데요. 웨어러블 기기라 간편합니다. 아직 연구중이라고 하는데요. 빨리 상용화돼서 고혈압 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혈압을 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고명진 학생 등의 ‘실비아’팀은 치매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한 ‘안부전화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바쁜 자녀를 대신해 정기적으로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서비스입니다. 보호자는 부모에 이상이 없는지 어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닙니다. CTO, CDO를 두는 등 기업 체계를 갖춰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을 받고, 해외 진출 계획도 세웠다고 하는군요.
이날 1등의 영광은? 실비아팀에게 돌아갔습니다. 실비아팀 뿐 아니라 이날 출전팀 모두 건승을 기원합니다.
서울대 의대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학기 디캠프와 함께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창업 혁신가 과정’ 수업을 개설해 진행했구요. 9월에는 의료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데모데이(스타트업들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소개하는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보다 많은 최고 인재들이 병원 울타리를 벗어나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