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부패와 무능을 규탄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2개월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1일(현지 시각) 이라크 의회가 아딜 압둘 마흐디〈사진〉 총리의 사임을 가결했다.
압둘 마흐디 총리는 지난 29일 TV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40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 사태에도 시위가 멈추지 않자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압둘 마흐디 사퇴 시위대는 만성적 부패를 청산하는 정치 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어 혼란이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총리 사퇴는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라크의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만성적 경제난에서 비롯됐지만, 이웃 나라 이란의 내정간섭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했다. 시위대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포스터를 훼손하고, 남부 지역의 이란 영사관 두 곳을 불태운 것을 보면 시위대의 '반(反)이란' 정서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이라크 국민은 66%가량이 시아파이고 32% 정도가 수니파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 이후 이란은 이라크 내 시아파 세력을 조종해 이라크 내정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작년 10월 취임한 압둘 마흐디 총리가 대표적으로 시아파이면서 친이란 성향의 정치인이다. 이번 시위 진압에도 이란의 지휘를 받는 시아파 민병대가 참여해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가하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라크는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 내부 갈등이 첨예한 나라다. 소수파인 수니파 출신 사담 후세인이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제거된 이후에는 시아파가 계속 집권하면서 수니파의 불만이 고조됐다. 후세인 제거 직후 친미파가 득세했다가 2011년 미군이 철군한 다음에는 친이란파가 힘을 얻으면서 외세 개입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14년부터 3년간 극단주의 테러 세력 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북부 영토를 차지하면서 국토가 황폐화됐다. 2017년에는 이라크 영토 대부분에서 IS를 몰아냈지만 재건 사업이 지지부진해 전기·수도 등 기본 공공 서비스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정부의 부패도 큰 원인이었다. 여기에 이란의 내정간섭에 대한 불만까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유혈 사태까지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고 더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새 정부 구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작년에도 정부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이란이 개입해 현 정권이 출범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문가인 토비 도지 런던정경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부패와 종파주의, 강압 정치가 판치는 이라크 지배 체제가 붕괴하는 양상"이라며 "이란의 정치 개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라크가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