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에게 '내 집'이란 너무 먼 얘기다. 서울의 주택 가격은 치솟기만 한다. 간신히 집을 산 직장인은 은행 이자 내느라 허리가 휜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그 대안 중 하나로 최근 '공유 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VC) 회사에서 일하는 청년 미래탐험대 이승아 탐험대원이 공유주택이 활성화한 오스트리아 빈을 지난달 찾아갔다.
빈은 오래 전부터 정부가 나서서 저렴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왔다. 빈의 주택 중 약 45%는 '공공주택'이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셈이다. 공공주택은 시에서 직접 짓고 운영하는 '시립 주택(게마인데 보눙, gemeinde Wohnung)'과 시에서 진흥기금을 지원받는 '진흥기금 주택(게표르데테 보눙, geforderte Wohnung)'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탐험 기간 머물렀던 '자륵파브릭'이란 공유주택은 진흥기금을 지원 받았다.

19세기 말 지어져 1996년 다시 문을 연 공유주택 자륵파브릭. 6층짜리 건물 두 채에 총 112가구, 200여명 주민이 함께 산다.

빈 시민들에게 주택은 상품이라기보다 당연한 권리에 가깝다. 연 소득이 4만4410유로(약 5786만원) 이하인 사람들은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빈의 시립 주택 관리기관 비너 보넨(Wiener Wohnen)의 마르쿠스 라이트게브(Leitgeb) 대변인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나이가 들어 소득이 줄어도 주거를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게 사회의 역할"이라며 "주거는 시장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건축가(왼쪽)는 "빈의 주거모델은 이웃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공존의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건축가는 "빈은 100년 가까이 공공주택 지원 정책을 계속해 왔다"며 "한국의 경우 주거를 건물에 한정해서 생각하지만, 빈은 건물뿐 아니라 거주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이 공간들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까지 중요한 요소로 본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빈의 공유주거는 '저렴한 가격의 좋은 환경'에서 '가격'뿐 아니라 '환경'에도 집중할 수 있다.
진흥기금사회주택협회 GBV의 게를린데 구타일(Gutheil) 박사도 동의했다. "(공공주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집을 소유나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건설사나 다른 이웃과 '공유한다'는 생각 덕분에 가능합니다. 덕분에 건설사는 세금 혜택을 얻을 수 있고, 거주자들은 녹지와 대형 공유 공간을 저렴한 월세로 누릴 수 있지요."
집을 꼭 소유해야 할까. 버는 돈 전부를 쏟아부어도 집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한국 청년들에게 공간과 삶을 공유하는 공유주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