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고등학생이었던 2010년 데뷔해 올해로 9년째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 남태부. 내년이면 10이라는 숫자를 꽉 채우는 남태부는 이 기간을 내실을 다진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펼쳐질 연기 인생을 바라보고 있다.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그 길을 걸어나갈 남태부다.
남태부라는 이름을 들으면 조금은 낯설고 생소한 게 사실이다. 신인 배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태부는 2010년 영화 ‘포화 속으로’로 데뷔한 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연기자다. ‘내딸 서영이’에서 친구 역할, ‘아버지가 이상해’ 이준의 매니저를 거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김하경의 전 남자 친구까지. 캐릭터의 비중을 높여가면서 성장하고 있는 배우다.
남태부의 필모그래피는 빼곡하다. 영화 ‘포화 속으로’, ‘떠날 수 없는’, ‘가문의 영광5’, ‘우너더풀 데이즈’, ‘명왕성’, ‘플랜맨’, ‘시간이탈자’, ‘계춘할망’, ‘혼숨’, ‘수성못’, ‘그대 이름은 장미’, ‘악질경찰’, ‘암전’, ‘힘을 내요, 미스터리’ 등과 드라마 ‘뱀파이어 아이돌’, ‘총각네 야채가게’, ‘닥치고 꽃미남 밴드’, ‘내 딸 서영이’, ‘아버지가 이상해’, ‘미스 함무라비’, ‘투 제니’. ‘흉부외과 : 심장을 훔친 의사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대표작이라고 내세울 만한 작품은 딱히 없는 게 사실이다. 주로 단역, 감초 역할을 많이 했기에 시청자들의 머리 속에도 ‘남태부’라는 배우는 잠깐 머물렀다 사라졌다. 그러면서 슬럼프도 오고, 회의감도 왔는데, 드디어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바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방재범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동안 감초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서사가 정확하게 있는 캐릭터는 거의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조금은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생각해 조금은 기특하고 기분이 좋았죠. 단편 영화에서는 연기하는 인물의 서사를 보여주긴 했는데 드라마 쪽에서는 기회가 적었어요. 만약에 캐스팅이 된다면 제 현 시점을 점검할 수 있겠다 싶었죠. 영화를 통해 캐릭터의 본질을 통찰하고 표현한 게 있어서 드라마에서도 해보고 싶었어요. ‘내딸 서영이’에서 친구 역할,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매니저 역할을 했는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방재범을 연기하면서 제 스스로가 성장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남태부가 방재범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까지는 드라마틱 했다. 세 번의 오디션을 걸쳤는데, 1차와 2차에는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이 컸다. 2차까지 되고나니 절실한 마음이 커졌고, 3차 오디션에 앞서서는 김종창 PD에게 ‘남태부가 방재범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문서화시켜서 보여줬다. 남태부의 각오를 엿본 김종찬 PD는 3차 오디션에서 연기를 시키기 않고 다이어트를 지시했다. 전 작품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다소 풍채가 컸는데, ‘곰돌이 푸’ 같은 이미지의 방재범을 하기 위해서는 살을 빼야 했던 것. 대본 리딩까지 14일이 남은 상황에서 남태부는 치열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14일 만에 14kg을 뺐어요. PT는 무조건 받았고, 식단관리도 했죠. 매일 2~3만보 씩 걷는 친한 형의 코스에 맞춰 걸었어요. 그때는 대본을 볼 시간이 없었죠. 살을 빼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는 거니까요. 다이어트를 더 하려고 했는데 PD님과 동료 배우 분들이 그림이 무너질 수 있으니 이쯤에서 유지하자고 하셨어요.”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남태부는 방재범이라는 인물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어떤 작품을 하든, 그 캐릭터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분석 일지’를 만든다는 남태부는 ‘힐링캠프’ 최민식 편을 보고 많이 반성했다고 한다.
“어느날 우연히 ‘힐링캠프’ 최민식 선배님 편을 봤는데 반성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 분들도 그렇게 치열하게 하는데 나는 대체 뭐하는 건지, 감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반성을 했어요. 캐릭터 분석 일지는 매 작품마다 하는 작업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사가 나오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습관화된거죠. 대본에서 인물의 성향, 가치관 등을 추출해 뼈대를 만들고 그 뼈대를 끝가지 가져 가자는 생각이죠.”
매 작품마다 치열하게 캐릭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남태부. 이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방재범은 어떻게 분석했을까.
“방재범은 사회적 지능은 뛰어나지만 감수정,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굉장히 소년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뒤끝남일 줄은 몰랐어요. 초반 대본을 봤을 때는요. 뒤로 갈수록 방재범이 뒤끝남이 되어가는데 그때는 나오는 대본에 집중했어요. 저는 그걸 ‘순간 믿음’이라고 하는데, 그때는 제가 분석한 캐릭터를 끌고 가는게 아니라 순간의 믿음에 집중해 능동적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방재범은 강미혜(김하경)에게 차인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10년의 사랑을 채우려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순정남이지만 다르게 보면 집착남, 뒤끝남이다. 다행히 가족들에게 살갑고, 미운 구석이 없어 비호감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자칫 집착이 심해지면 ‘데이트 폭력’이라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갈 수 있던 캐릭터다. 때문에 남태부도, 연출진도 고민이 있었다.
“남자 친구인지, 남자 사람 친구인지 보시는 분들은 헷갈릴 수 있어요. 강미혜는 방재범을 ‘남사친’으로, 방재범은 강미혜와 사귀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인물 설명에도 전 남친으로 나오긴 하죠. 집착이 심해지면서 데이트 폭력이라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을 법 한데, 그럴수록 코미디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했어요. 배경음악도 코믹적인 게 들어가면서 희화화 됐고, 그러면서 캐릭터가 순화된 것 같아요. 하지만 비호감으로 가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남태부가 방재범을 연기하면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었던 건 동료 배우들의 배려도 있었다. 잠시 개그맨을 꿈꿨을 정도로 애드립이 뛰어난 남태부인데, 애드립이 과하면 동료 배우들이 생각한 범주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와 호흡을 맞춘 김하경, 기태영 등은 모두 남태부가 뛰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
“김하경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고마워요. 제가 애드립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지만 리허설 할 때는 제가 생각한 걸 다 보여줘요. 고마운 건 모두가 하게 해준다는 거예요. 김하경도 많이 배려해줬어요. 원래 대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데, 저와 호흡을 맞추면서 조금씩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초반에는 김하경과 연락 정말 많이 했어요. 전화해서 서로 대사 맞춰보기도 했고, 서로 많이 의지했죠.”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종영했다. 방재범은 김우진(기태영)과 결혼하는 강미혜를 위해 노을의 ‘청혼’을 축가로 불러줬고, 자신도 이제 새로운 사랑을 하기 시작한다. 박선자(김해숙)은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박선자를 잊지 않는 해피엔딩으로 극이 마무리됐다.
“8개월 동안 촬영했는데요. 끝나고 났을 때는 후련했어요. 촬영이 끝난 그날은 후련했는데, 그 다음날부터는 시원섭섭했어요. 남태부를 분석하고 대본을 읽으면서 연구했던 독서실에서 분석 일지를 보는데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100이라고 하면 40 정도만 보여준 것 같아요.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로 연기 인생의 대표작을 만든 남태부는 앞으로를 더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10년은 내실을 다졌고, 앞으로 10년 이상의 경험을 더해 더 무서운 배우가 되고자 한다.
“지금까지 10년은 내실을 다진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10년의 경험과 앞으로 있을 10년 이상의 경험이 더해지면 무서워지지 않을까요? 저는 ‘남태부 없으면 안돼’라는 시점을 마흔 넷에서 마흔 다섯으로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다진 내실에 그때까지의 경험을 더하면 무서운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훌륭한 배우가 뭐냐고 묻는다면 우선 행복을 말하고 싶어요. 행복은 심리적 여유, 경제적 여유, 자유가 형성되어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배우라는 건 건강한 배우고, 좋은 사람이죠. 좋은 사람의 기준은 이타심과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심리적인 여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는 부족하지만 채워 나가려고 해요.”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