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미국 담당 북미1과장에 처음으로 여성 외교관 내정
현재 중국·일본·러시아 담당 과장도 여성
외교관 시험 합격자 여성이 70%대⋯첫 여성 외교장관인 강경화 장관 의지도 영향 준 듯

외교부 북미국 북미1과장에 박은경(42·외시37회) 현 외교부 장관 보좌관이 내정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박 보좌관이 북미1과장에 정식 부임하면 첫 여성 북미과장일 뿐 아니라 외교부의 미·중·일·러 4강국 주무 과장 라인업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최초의 여성 외교장관인 강경화 장관 체제에서 외교부의 '여풍(女風)'이 핵심 과장급에까지 불고 있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18년 11월 27일 오후 「외교부 혁신 2기」 관련 직원과의 소통 행사를 개최하고,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 보좌관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2003년 외시 37회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와 중동과를 거쳐 북미1과에서 일해왔다. 북미1과는 한·미 관계를 다루는 부서로 외교부 내 최고 요직으로 꼽힌다. 박 보좌관이 북미1과장이 되면 첫 과장 승진이다. 주미 한국 대사관에 여성 외교관이 발령 난 것은 2003년이 처음이었다.

현재 외교부에서 중국·일본·러시아를 담당하는 주무 과장도 현재 여성이다. 지난 7월 중국 지방정부 및 민간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동북아2과장(중국)에 여소영 과장이 발탁됐다. 대만대를 졸업한 여 과장은 대만중앙방송국(CBS)에서 기자로 있다가 1999년 대통령 통역 겸 전문가 개방직 공채에 응모해 외교부에 발을 들였다. 주중 한국대사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거쳤다.

일본을 담당하는 아태1과장에는 지난 8월 이민경(외시 35회) 과장이 보임됐다. 연세대를 졸업한 이 과장은 조약과와 서남아대양주과, 영토해양과를 거쳐 지난 2017년 영토해양과장으로 승진했다. 영토해양과는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을 전담하는 부서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대일관계 실무를 담당하는 동북아1과장에 오진희 과장(외시 32회)이 임명됐었다. 오 과장은 주요 4강국 담당 첫 여성과장이었다.

러시아 등 중앙아시아를 총괄하는 유라시아과장에는 권영아(외시 36회)과장이 일하고 있다. 한국외대를 졸업한 권 과장은 외대 통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학강사로 활동하다 외무고시를 봐서 외교부에 들어왔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맡았다.

외교부 내 여성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체 직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29.3%에서 2019년 1월 기준 42.4%로 늘었다. 2005년(52.6%) 처음 절반을 넘었던 외교관 시험 여성 합격자는 2016년 전체 합격자 41명 중 여성이 29명(70.7%)을 차지해 최고치에 도달했고 지금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위직으로 가는 관문인 과장급 이상 여성 비율은 28.6% 정도다. 4·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외교통상 6등급 직원도 전체의 20%가 여성이다. 2017년 12월 기준 '국가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외교부 고위 공무원 290명 중 여성은 11명(3.8%)에 불과하지만, 단일부처로 보면 가장 많은 숫자다.

그동안 다자외교 분야에선 여성 외교관 활동이 활발했지만 양자외교 분야, 특히 4강 외교 분야는 남성 외교관들이 차지해왔다. 한 전직 외교관은 "때로는 상대국과 국익을 놓고 터프하게 부딪혀야 하는 양자외교나 핵심 국익이 걸린 미·중·일·러 담당 외교에서는 남성이 주류를 차지했던 게 사실"이라며 "4강 담당 과장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진 것은 여성 외교관 숫자가 점점 늘게 된 점 못지 않게 강경화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 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경험담을 소개하며 "제가 미국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학교에 자리 잡으려고 했지만 보따리 장사를 하다가 교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 저를 보고 제가 가르쳤던 여학생들이 더 이상의 학업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공직에 임하는 결의가 굉장히 강하다"고 했었다. 강 장관 부임 이후 외교부는 정부의 '2018-2022년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외교부 여성관리자 임용 확대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여성 고위공무원 발탁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국회에 파견된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국장급)도 여성이다. 외통위 전문위원으로 여성이 파견된 것도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