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아닌 한국에서 '제2의 표도르(격투기 제왕)'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2019 충주 세계 무예 마스터십 대회 참가차 내한한 국제삼보연맹 바실리 셰스타코프(66) 회장이 28일 삼보의 기술과 다양한 훈련 방법이 담긴 '삼보―승리의 과학'이란 한국어판 책을 펴냈다. 그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무예 관계자 200여명 앞에서 삼보의 철학에 대해 역설했다. "삼보(SAMBO)는 러시아어로 맨손 호신술을 의미합니다. 무기 없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이며, 그런 면에서 삼보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 철학이죠."
셰스타코프 회장이 한국어판 교본을 발간한 이유는 오는 11월 7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국 내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60억분의 1(세계 최강자란 뜻에서 붙여진 별명)'로 불리는 삼보 출신 격투기 스타 표도르 예밀리야넨코(43)와 함께 기술한 이 책은 세계 삼보인의 교과서로 통한다. 그는 "한국어 책 발간이 한국 청소년들에게 삼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격투기 팬들이 표도르를 '마지막 황제'라고 하는데 여러분 중에 새 황제가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셰스타코프 회장은 러시아 국기(國技)인 삼보 전도사로 통한다. 50년 지기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직도 틈만 나면 삼보와 유도를 즐긴다.
지난 2013년 국제삼보회장에 취임한 셰스타코프 회장은 매년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그는 "태권도도 마찬가지지만 삼보도 언어와 민족을 초월해 매트 위에서 하나의 스포츠 가족을 형성하고 있다"며 "삼보는 운동의 언어, 우정의 언어, 상호 이해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이미 아시아의 삼보 보급 전초 기지가 됐다"며 "역사는 짧지만 세계대회에서 2009년 김광섭(68㎏급)이 첫 메달(동메달)을 딴 뒤 2017년 고석현(82㎏)이 금메달을 따내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셰스타코프 회장은 "한국은 2018년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내외 스포츠 팬들을 열광시켰다"며 "그런 모습이 삼보를 통해서도 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서울 세계삼보대회는 52개국에 생중계되고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무예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