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와 수학 영역에 처음으로 선택 과목이 전면 도입된다. 국어는 '공통 국어' 이외에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개를 선택해야 한다. 수학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 수학'을 치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학은 1994년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문·이과 구분없이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점수와 등급을 매기게 된다. 문과냐 이과냐에 따라 나눠 치던 탐구 영역도 원칙적으로 계열에 상관없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제2외국어의 경우 영어나 한국사처럼 절대 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절대 평가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모두 같은 등급을 주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2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12일 발표했다.
◇정시 30%로 높였지만 더 복잡해진 수능
교육부는 작년 8월 발표한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각 대학에 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 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라고 주문했다. 수시 모집(내신 중심)을 확대해 온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도 교육부의 요청에 따를 것으로 보여 수능의 중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수능은 더 복잡해졌다.
국어와 수학 영역에 선택 과목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공통 과목(공통국어와 공통수학)의 점수 비중을 100점 만점에 75점 안팎으로 하고, 선택 과목이 25점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보정하는 점수 조정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을 친 수험생들과 '언어와 매체'를 친 수험생들의 점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한쪽에 점수를 더 주거나, 덜 주는 방식이다.
탐구 영역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문과가 사회탐구 9개 중 2과목, 이과가 과학탐구 8개 중 2과목을 선택해서 친다. 하지만 2022년도부터는 문·이과 상관없이 사회·과학탐구 총 17개 중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이과 학생이 사회탐구 2개를 고를 수도 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각각 하나씩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어와 수학 선택 과목 조합이 6개에다 탐구 영역 조합이 136개여서 선택 과목 조합이 총 816개나 된다. "역대 가장 복잡한 입시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수험생들에게 미적분 등 특정 과목 응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종전처럼 문·이과로 나뉘어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2점 차이에 등급이 갈리는 대입에서 이 같은 방식이 수험생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 주요 과목이 여전히 상대평가인 상태에선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결국 당락을 가르게 될 수 있다"면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지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선택 과목별로 응시 학생 집단이 명백하게 다른데, 이걸 무시하고 한꺼번에 점수를 매길 경우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며 "혼란스러워진 수험생들이 대거 사교육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제2외국어 절대 평가로 전환
이날 교육부는 수능 과목 중 제2외국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등급별 인원을 정해놓은 상대 평가를 하니 '조금만 공부해도 1등급이 나온다'며 아랍어 등 특정 언어로 수험생들의 쏠림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2022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를 치는 수험생들은 원점수 기준(50점 만점)으로 5점 단위로 9개 등급을 받게 된다. 45점 이상이면 1등급, 40~44점 2등급, 35~39점 3등급 등이다.
정부는 개선안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2외국어 응시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도 8명 중 1명(2019년도 응시율 12.6%) 정도만 제2외국어를 선택할 정도로 응시생이 많지 않은데, 절대 평가로 전환하면 변별력이 떨어지게 돼 주요 대학들이 제2외국어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아 응시생이 더 줄어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에서 제2외국어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역대 가장 복잡한 '누더기 수능'"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에서 '단순·공정한 입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거꾸로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수능 제도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대입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론 눈치만 보며 여기저기 뜯어고치다 보니 누더기가 됐다"며 "모든 수험생을 '눈치 보기'와 '선택과목 유불리 따지기'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