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세후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VNA와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은 1일 빈그룹의 재무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빈그룹의 올해 상반기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61조5천억동, 약 3조1천426억원)에 그쳤지만, 이 기간 순익은 89.5% 증가한 3조3천억동(약 1천700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대졸 초임이 월 30~40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얕잡아 볼 수 없는 액수다. 특히 2분기 매출과 순익 증가가 두드러졌다. 2분기 매출은 40조동(약 2조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2% 늘었고, 순익도 3배 이상 많은 2조3천400억동(약 1천2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상승에 힘입어 빈그룹의 자산가치(6월 말 기준)도 338조5천억동(약 17조3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7.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전체 시총의 23% 차지하는 1위 민영기업
베트남에 가면 곳곳에서 빈그룹의 첫 글자인 ‘빈(Vin)’이라는 글자와 마주치게 된다. 베트남 마트 시장 1위 빈마트와 아파트 건설사 빈홈, 대표적인 리조트 브랜드인 빈펄에 이르기까지 모두 빈그룹 계열사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최대 민영기업으로 부동산 개발에서부터 모바일폰(빈스마트)과 완성차(빈패스트)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48개 계열사와 관련 기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빈스마트’라는 브랜드로 4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나쁘지 않아 벌써부터 삼성과 LG의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제조사 빈패스트도 빈그룹 계열사다. 빈패스트는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럭스(Lux·럭셔리의 약어)’ 라인의 세단 한 종과 SUV 두 종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올해 초에는 고객 투표를 통해 총 35종의 신차 디자인 후보 중 가장 인기 있는 7종을 선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에는 첫 양산차인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파딜(Fadil)'을 출시했다. 올해 3분기 안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런 빈그룹에도 약점은 있다.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 특정 산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전체 매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매우 낮은 반면 부동산 사업 의존도는 64.4%를 차지한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빈그룹의 모체는 ‘베트남의 도널드 트럼프(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전에는 부동산 개발 업자에게 최고의 찬사였다)’로 불리는 팜 니얏트 보홍(Pham Nhat Vuong) 회장이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창업한 ‘테크노컴’이라는 식품 회사다. 베트남식 라면을 판매해 큰돈을 번 그는 2009년 테크노컴을 네슬레에 1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고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베트남 최대 부호인 브엉 회장의 ‘포브스’ 추정 재산은 81억달러(약 9조6000억원)다.
빈그룹은 지난 3월 대구시에 1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내에 빈테크코리아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지역 로봇 기업인 (주)아진엑스텍과 투자 협약을 맺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1997년 달서구에 들어선 아진엑스텍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제조·검사화장비에 들어가는 동작제어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로봇 기업이다. 2월에는 한화자산운용이 빈그룹에 4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