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글로벌 유통 플랫폼 아마존이 공개한 보습제 카테고리 판매 순위에서 한국 중소 화장품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의 '컴포트세라마이드 크림'이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2016년엔 이 브랜드가 선보인 '찹쌀쫀쫀팩'이 출시되자마자 아마존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한국 화장품을 다루는 해외 뷰티 관련 유튜브에는 코스알엑스의 여드름 관리 제품 '아크네 핌플 마스터 패치(Acne Pimple Master Patch)'가 거의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코스알엑스의 화장품 후기엔 외국인들이 "이것은 신세계야" "한국 화장품은 너무 좋다" 등의 반응을 올리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K팝 스타 등 유명 광고 모델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런데도 "코스알엑스 제품을 써보니 피부가 확실히 개선됐다"고 소문이 나면서 미국 뷰티 멀티숍인 얼타(ULTA)에 입점하는 등 세계 50여 개국에 진출했다. 2015년 시작 당시 3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66억원으로 12배 뛰었다. 코스알엑스 관계자는 "초반에 1000달러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주문도 일일이 다 받으면서 미국 내 인지도를 높였다"면서 "국내 시장만 바라봤다면 사업이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의류·화장품 등 소비재 시장은 글로벌 진출이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기술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고, 현지 유통 채널도 뚫어야 한다. 이 때문에 거대 기업도 쉽게 해외로 가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에서 성공하는 강소(强小)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을 직접 공략하며, 성공 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세계 유통 플랫폼 타고 해외 직접 공략
모바일 액세서리 업체 슈피겐코리아 김대영 대표는 스마트폰이 막 등장하기 시작하던 2009년 실수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액정이 깨진 걸 본 김 대표는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로 아이폰이 먼저 출시되는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의 예상대로 고가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되면서 폰 보호와 패션 용도로 액정 보호 필름과 케이스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해외 오프라인 유통망을 뚫는 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아마존과 이베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소비자를 직접 공략했다. '튼튼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1.2m 높이에서 26번 이상의 추락 테스트를 거친 미군 군사 규격 '밀리터리 그레이드' 인증을 통과한 케이스를 선보였다. '밟아도 괜찮은 케이스'라는 소문이 나면서 2016년 아마존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2위에 올랐다. 사업 첫해 4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엔 2669억원으로 증가했다.
◇브랜드 네임보다 실력으로
아동복 전문 업체 배냇베이비의 이홍구(46) 이사는 대기업 연구원 생활을 접고 9년 전 국내 온라인 시장을 타깃으로 아동복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가 워낙 많아 브랜드 이름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자 2015년 아마존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전 세계 엄마들이 아동복 소재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을 집중 공략해 저렴하면서도 원단이 좋은 옷을 생산하는 데 집중했다. 중국에서 옷을 만들고, 아마존의 D2C(Direct to Consumer·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하는 방식) 시스템을 활용했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물류 창고 서비스 덕분에 최대 6주 이상 걸리기도 했던 배송 기간이 2~3일로 줄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시간과 국경의 장벽을 넘은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선화 박사는 "예전엔 중소기업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독자적으로 유통 채널을 개척하기 어려워 해외로 나가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이제는 아이디어와 품질만 좋으면, 얼마든지 해외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