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가운데) LS그룹 회장과 구자균(왼쪽) LS산전 회장이 지난해 9월 경기도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LS T-Fair’에서 스마트 농업에 쓰이는 드론을 살펴보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열린 'LS T-Fair'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LS그룹의 디지털 전환 현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LS T-Fair는 LS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전사(全社) 차원의 기술 경진 대회로, 각 계열사가 주력으로 내세운 신기술을 선보이는 장이다. 예년에는 각 계열사의 주력 사업과 관련된 신기술 개발이 소개됐지만, 이번에는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신기술과 공정 혁신을 각각 내세운 것이다. LS전선은 생산 제품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 위치·재고 현황 등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선보였고, LS산전은 소비자들의 실시간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용 현황 분석, 제품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기술을 내놨다. LS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LS그룹은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전 공정에 활용하는 혁신 제조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부터 계열사까지 한 몸으로 AI 혁신

LS그룹은 지주사부터 계열사까지 모든 역량을 집중해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우선 지주사인 ㈜LS는 구자열 회장의 주도 아래 2015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그룹 미래 준비 전략으로 마련하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올 1월에는 지주사 내에 미래혁신단을 신설해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구자은 회장을 필두로 AI·빅데이터 분석·IoT 같은 기술 개발 역량을 결집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인재 양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각 계열사도 이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S전선은 업계 최초로 IoT를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과 자재에 센서를 부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전선 제품은 각 고객사에 맞춤형으로 만들어야 해 부품 종류가 수백~수천 가지다.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조달하면서 제품 생산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LS산전이 경기도 안양 R&D센터에 설치한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관제 센터. 인공지능(AI)이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양을 시간대별로 분석해 최적화된 에너지 사용 패턴을 알려준다.

LS전선은 AI를 활용한 전력망 운영 컨설팅 사업도 추진한다. 발전소와 변전소, 혹은 변전소 간의 송전 선로 등의 이상 여부를 AI가 실시간으로 파악·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선로의 이상 반전을 감시하는 방전 진단, 케이블의 온도를 확인하는 과열 진단, 외부 충격을 감지해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기능 등도 갖고 있다.

LS산전 역시 AI를 활용한 전력 모니터링 시스템과 함께 스마트 공장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 회사는 경기도 안양의 연구·개발(R&D) 캠퍼스에 건물 내 모든 전력기기와 사용자 에너지 소비량은 물론이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시간과 요일, 기상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 패턴까지 도출해주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19%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거뒀다. 청주 사업장에는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생산량은 3배 가까이 늘리고, 불량률은 0.0006% 수준으로 크게 개선시켰다.

트랙터·제련 분야도 AI로 기술 개선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전력·전선뿐만 아니다. LS그룹의 트랙터 생산 계열사인 LS엠트론 역시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LS엠트론은 작년 9월 LS T-Fair에서 자율주행 트랙터와 농업용 드론 등을 활용한 차세대 농업 솔루션 기술을 선보였다. 농경지의 토양과 논밭 모양 등을 스스로 파악해 트랙터가 자율주행하면서 필요한 곳에다 씨를 뿌리고, 비료와 물을 준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 AI다.

또 트랙터 생산 라인에도 실시간 생산 정보 모니터링 시스템과 설비 예방 보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트랙터 생산을 위한 부품 관리부터 생산 전 과정을 모니터링해 유휴 자원의 낭비를 막아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LS니꼬동제련은 온산제련소에서 제련 과정을 모두 통신망에 연결해 공정을 자동화하고, 장애 발생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LS는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 자동화·빅데이터·AI 기술 등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외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AI와 디지털에 특화된 공정 기술을 가진 LS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