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벌어진 반(反)정부 시위에 25만명이 몰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989년 공산당 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 시위 이후 단일 시위로는 최대 규모다. 체코의 인구는 약 1060만명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체코 수도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는 25만여명의 군중이 모여 안드레이 바비시(64)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체코 국기와 EU기를 손에 들고 "범죄 조사에 직면한 총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임하라"고 외쳤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바비시 총리는 2007~2008년 EU 보조금 약 200만유로(약 26억원)를 빼돌려 호화 리조트를 지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그의 아들은 바비시 총리가 비리 의혹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을 강제 구금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바비시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건 날씨가 그 만큼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비시 총리는 체코 3위 대기업 애그로퍼트를 운영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애그로퍼트는 유럽 2위의 농화학·농기계 기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개인 자산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로 체코 2위 부자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체코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바비시 총리는 재무장관과 경제부총리를 거쳐 2017년 총리가 됐다. 그는 당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부유함을 강조하면서 "부패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벨벳혁명은 1989년 체코슬로바이카에서 시민들이 공산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사건이다. 같은 해 11월 프라하에서 경찰이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대됐고 40여년간 이어져 오던 공산주의 정부가 물러나게 되는 단초가 됐다. 이때부터 피를 흘리지 않고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낸다는 의미의 '벨벳혁명'은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