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로 동생인 후미히토(文仁·54·사진) 친왕은 고시(皇嗣) 자리에 올랐다. 일본 왕위 계승 1순위가 됐다는 뜻이다. 후미히토는 이날 일왕 즉위 의례가 열린 고쿄(皇居) 마쓰노마(松の間·소나무실)에 들어설 때도 나루히토 일왕 다음 순서를 지켰다.
후미히토는 나루히토의 뒤를 조용히 지키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아버지·형과 달리 단정히 세팅하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나 긴 콧수염이 보여주듯, 보수적인 왕실 속에서 꽤 '튀는 인물'로 통했다.
나루히토보다 다섯 살 아래이지만, 1990년 형보다 먼저 가쿠슈인 대학 1년 후배인 기코(紀子)빈과 결혼했다. 딸도 먼저 둘이나 뒀다. 나루히토 당시 왕세자 부부가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해 압박을 받던 2006년, 늦둥이 아들 히사히토(悠仁)도 봤다. 히사히토는 왕위 계승 2순위다. 이후 후미히토 친왕 부부의 지지 기반이 커졌다. 주간지나 극우세력 일각에서는 '왕세자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은 다르다. 후미히토의 '과감한 발언'을 탐탁지 않게 보는 여론이 많다. 2004년 한창 '여성 일왕' 인정 논의가 활발하던 시절 "국비 부담의 측면에서 왕족 수가 적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2011년엔 일왕의 정년제에 대해 "필요하다"고 말한 게 단적인 예다. 왕실 보도에 열을 올리는 주간지들은 '후미히토가 왕위에 욕심이 있다'는 관측 기사를 냈다.
지난해 말엔 올 10월 예정된 새 일왕의 제사의례 '다이조사이(大嘗祭)'를 국비로 치르는 것을 두고 "종교색이 짙어 적당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헌법상 규정된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도 '왕실 일원이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냐'라며 논란이 있었다.
다만 올 초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후미히토가 "형 나루히토 일왕이 80세가 되면 나는 70대 후반이다. 그때부터 (즉위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왕의 자리를 넘본다'는 일각의 소문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부정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