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길짐승인 너구리〈사진〉는 라면과 1980년대 전자오락실 게임 이름으로 친숙하다. 서울의 유명 놀이공원은 개장 이래 30년간 암수 너구리 한 쌍을 캐릭터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친숙한 이미지의 너구리는 대표적인 광견병(狂犬病) 매개 동물이다. 겨울잠에서 깬 너구리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되면서 서울시가 오는 25일부터 5월 중순까지 대대적인 광견병 바이러스 차단 작전을 벌인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너구리 주요 출몰 지역에 광견병 예방약 4만개를 뿌릴 예정이다.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용마산·관악산·우면산·대모산과 양재천·탄천·안양천 둔치 등이 대상이다. 예방약은 가로세로 3㎝ 크기의 갈색 직육면체로 언뜻 보면 초콜릿과 닮았다. 어묵이나 닭고기 반죽에 광견병 백신을 넣어 만들었다. 구제역처럼 살처분하는 대신 먹음직한 미끼로 꾀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갯과 동물의 침이나 점막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너구리도 갯과다. 늑대·여우·승냥이 등 다른 갯과 동물은 자취를 감췄지만 너구리는 살아남아 전국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광견병 요주의 동물이 됐다. 공격성이 강한 야생동물이어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정기적으로 광견병 예방접종을 시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에게 공격받았을 때 즉시 상처를 씻어내고 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너구리들이 백신이 든 미끼를 먹어 광견병 바이러스 확산이 차단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시 관계자는 "예방약을 만졌을 경우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가져가거나 치워선 안 된다"며 "반려견을 데리고 둔치나 산에 갈 때 너구리와 맞닥뜨리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목줄을 채워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