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재·밴드 '노리플라이' 기타리스트

풍도라는 섬이 있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가량 달려야 닿는 외진 섬이다. 섬은 따스함을 머금은 풍경들과 지천으로 핀 야생화로 아름답다. 인구 이탈과 주민들 고령화라는 고민 역시 가지고 있다. 많은 섬과 농촌처럼.

이 섬에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이 가이드가 되어 섬 구석구석을 걷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국내 한 대학 환경대학원의 조경계획연구실 소속으로 동료들과 함께 크고 작은 행사에 함께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스스로가 풍도의 홍보대사인 듯, 켜켜이 쌓인 세월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매년 야생화 개화철이 시작되면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주민들은 섬을 찾은 외지인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아픔도 있는 게 사실이다. 조금 더 야생화를 예쁘게 카메라에 담기 위해 흙을 파헤치기도 하고, 심지어는 뽑아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뒷산에서 내려와 마을 너머의 '붉배'와 채석장으로 향했다. 붉은 바위로 유명한 '붉배'는 이국적인 풍광으로 많은 캠퍼들에게 각광 받는 곳이다. 많은 이가 이 바위 위에서 텐트를 치고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를 생산해낸다. 그 과정에서 붉배는 아파했다. 캠프파이어에 검게 그을린 바위와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들로 말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건축 자재로 쓰일 돌을 분주히 캐던 채석장은 마을과의 갈등으로 철수했다. 남은 자리에는 버려진 중장비들과 인간이 자연에 남긴 거대한 상처로 채워져 있다. 이곳을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그저 방치돼 있다. 마치 전 지구적인 사정을 집약해 놓은 듯, 풍도의 버려진 채석장은 고요히 남아 있다.

채석장이 버리고 간 깨진 돌멩이들을 아이들은 가지고 놀았다. 태양이 지는 모습을 보며 바다로 힘껏 돌멩이를 던진다. 어른들 잘못에도 아이들은 연신 해맑은 것이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