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들이 웹툰에 열광하는 건 자신의 삶을 대변해준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
"반면 코미디가 큰 웃음을 주지 못하는 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상황이 혐오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고."
5일 서강대 연구실. 나은영(57)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장과 나은경(47)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의 대화는 웹툰과 코미디, 영화와 드라마, 가상현실(VR)을 넘나들면서 끝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미디어와 인간 행동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미디어 심리학'을 전공한 자매 교수다. 이들이 최근 연구서 '엔터테인먼트 심리학'(컬처룩)을 함께 펴냈다. 학계에서도 '자매 공저(共著)'는 이례적인 경우. 이들은 "언론학회에서도 부부 학자들은 종종 만나지만, 형제·자매 연구자는 보기 드물다"면서 웃었다.
그동안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분야는 IT나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 자매는 이용자들의 정서와 감정에 주목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영화·드라마 주인공의 성공과 좌절에 따라 시청자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행복과 우울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감정 굴곡의 포물선'을 그린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단조로운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고 마음의 높낮이에 영향을 줄 정도의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관객 16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이나 인기 드라마 '비밀의 숲'의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언니 나은영 교수는 '극한직업'에 대해 "경찰 마약수사팀이 잠복근무를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 대박을 터뜨린다는 설정부터 직업에 따른 전형적인 어휘까지 예상과 기대를 끊임없이 위반하는 유머 코드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고 말했다. '비밀의 숲'은 어렸을 적 수술로 평생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 주인공 검사(조승우)라는 독특한 설정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았다.
나은영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디어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거꾸로 동생은 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언론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심리학으로 관심 분야를 넓혔다. 2010년 이 자매는 서강대와 국민대에서 '미디어 심리학'이라는 같은 과목을 가르쳤다. 당시 경험이 공동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2016년에는 '미디어 공간 인식과 프레즌스'라는 공동 논문으로 한국언론학회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이들은 "자매라고 하지만 논문이나 책을 함께 쓰기 전까지는 서로의 분야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면서 "미디어와 심리학이라는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공동 연구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웹툰과 드라마 등을 계속 보면서 연구에 반영해야 하는 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매 교수는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묻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우리 연구의 장점"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뇌 과학과 미디어 심리학의 '학문적 크로스오버'가 이들의 관심사. 나은영 교수는 '극한직업'의 인기 대사를 패러디해서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런 전공 분야는 없었다. 이것은 공학인가 인문학인가? 예술인가 사회과학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