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러분을 한번 혼내봐도 될까요?"

일본 도쿄 도시마구 다이쇼(大正)대의 한 강의실에서 최근 이색적인 강의가 열렸다. 5일 NHK방송 전파를 탄 이 강의의 주제는 '잘 혼나는 법'. 잘 혼나는 법을 배우러 온 건 올봄 졸업을 앞둔 대학생 18명이다. 모두 신입사원용 정장까지 갖춰 입었다. '학생을 직접 혼내보겠다'는 강사의 제안에 한 남학생이 나섰다. 그는 강사가 직장 상사인 양 "죄송하지만 햄버거 만드는 법이 헷갈립니다"라고 말을 걸었다. 강사도 진짜 상사가 된 듯 "이전에도 가르쳐줬잖아요? 몇 번째야?"라고 혼을 냈다. 이에 학생은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며 허리를 숙였다. 강사는 이 학생의 혼나는 자세를 두고 "제 얼굴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했고, 정확히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성의가 잘 전달됐어요"라고 평했다.

NHK에 따르면 다이쇼대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잘 혼나는 법' 강의를 열고 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이 "입사 후 상사에게 혼나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하소연한 게 계기가 됐다. 학교 측은 "요즘 학생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꾸중을 들은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직장에서 야단을 맞으면 '자기 자신이 부정당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잘 야단 맞는 법' 강의 시간엔 명함 교환 방법 등 비즈니스 기본 매너는 물론 혼날 때 신입사원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를 가르쳐 준다.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볼 것, 상사의 꾸중에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말로 반응할 것 등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혼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혼난 경험을 자기 성장의 양분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기모토 슈이치 다이쇼대 부학장은 "고생해서 취직해놓고 상사의 꾸중에 좌절하는 건 너무 아깝다"며 "꾸중을 자기 성장의 양식으로 삼는 정신적인 면을 길러주고 싶다"고 NHK에 말했다. 한 학생은 "이 강의를 통해 '저를 위한다고 생각해서 혼내는 거구나'라고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꾸중'은 직장 상사들에게도 골치다. 관리자급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부하 직원을 야단쳤다가 자칫 '파워 하라스먼트(파워하라, 직장 상사의 권력을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는 행위)'로 지탄받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NHK는 대형 보험 회사에서 부하 직원 100명을 둔 50대 관리직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회사 화이트보드에 부하들이 해야 할 일 목록을 적어뒀다가 '파워하라 보드'라는 원성을 들었다. 이후 자신감을 잃어 아래 직원들을 지도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는 "괜히 혼냈다가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는 만큼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NHK는 회사 관리직들을 위한 '잘 혼내는 법' 연수 프로그램을 찾는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연수회사가 2월 개최한 강연에는 기업 인사담당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관리직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는 '아래 직원을 비판하기보다 잘 들어줄 것' '탓하기보다 지원할 것' 등을 강조한다.

NHK는 "혼나는 법과 혼내는 법 모두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혼나는 사람과 혼내는 사람 모두 서로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직장 내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는 건 필요하다" "신입사원을 혼내가며 가르친다는 발상이 올바른가"라는 등의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