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강필주 기자] 평균 나이 53.25세 선수들의 경기.
지난 3일 밤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끝난 '제3회 2019 벳스토어나인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즈(이하 서바이벌 3C)' 결승전이 그랬다.
50세가 넘어선 선수들의 나이만 보면 이미 맥 빠진 경기라고 지레짐작 할 수 있다. 과연 얼마나 흥미로운 경기를 펼칠지 나이로 보면 전혀 구미가 당기는 않는다.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준결승까지 거치면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쯤 되면 굳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종목이 당구 3쿠션이라면 다르다. 그만큼 경험이 중요시 되는 종목이다. 그리고 국내 선수 못지 않게 국내팬들에게 친근한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결승전에 나선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놀랍다. 54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51세 프레드릭 쿠드롱과 에디 멕스(이상 벨기에), 57세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경기를 펼쳤다. 모두 3쿠션 세계 정상을 호령하는 선수들이다. 서바이벌 3C에 초청될 때 순위가 1~4위였던 선수들이다. 현재 랭킹은 멕스가 8위, 자네티가 7위로 다소 떨어졌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와 함께 3쿠션계에서 '4대천왕'이라 불리는 선수들이다. 결승진출자 4명의 우승 경력을 간단하게 살펴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야스퍼스는 세계선수권 4회 월드컵 24회, 쿠드롱은 세계선수권 3회 월드컵 20회, 멕스는 세계선수권 2회 월드컵 10회, 자네티는 세계선수권 2회, 월드컵 3회 우승했다.
야스퍼스는 세계 1위답게 컴퓨터로 잰듯한 정확함으로 승부했다. 쿠드롱은 여전히 빠르면서도 연속적으로 득점으로 점수를 쌓았다. 멕스는 진중했지만 파워 실린 과감한 샷이 돋보였다. 자네티는 여유로운 가운데 신중한 샷으로 응수했다. 이런 장면을 한테이블 위에서 4명이 번갈아 가며 연출할 수 있는 것은 서바이벌 3C만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방송 일정 때문에 밤 10시에 시작된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제법 많은 관중들이 숨 죽인 채 경기를 지켜봤다. 특히 야스퍼스와 멕스는 별다른 길이 보이지 않자 찍어치기(맛세이)로 탈출구를 찾아 관중들이 탄성을 절로 내지르게 했다. 관중들의 예상을 역행하는 회전과 난제풀이는 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경기내용도 박진감이 넘쳤다. 처음엔 자네티가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전반 3이닝만에 쿠드롱이 10득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들어 야스퍼스가 추격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멕스가 선두를 따라붙었다. 그리고 후반 6이닝까지 선두를 지켰던 쿠드롱이 그대로 우승으로 가는가 했다. 하지만 마지막 7이닝째 자네티의 7연속 득점이 나오면서 끝까지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경기는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한 쿠드롱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위는 자네티, 3위는 멕스, 4위는 야스퍼스였다. 관중들은 경기 중, 후 내내 탄성을 내질렀다. 예상하지 못한 묘수가 정확하게 꽂히는 것을 보면서 덤덤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선수들의 나이는 잊은 지 오래였다. 공이 스치기라도 하면 선수와 함께 안도하고 살짝 빗나가면 함께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수십년간 정상을 지켜 온 이들이다. 관중들은 이런 그들의 기량에 신뢰가 쌓였다. 오랜 기간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왔고 믿을 만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을 항상 갖게 했다. 때문에 50세가 훌쩍 넘어 백발이 성성한 이들이 보여준 플레이만으로도, 한국 선수가 없어도 관중들의 눈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코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