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를 무시하지 마!" "나중에 크게 벌받을 거야!"
서울역 광장을 걷다 보면 멈춰 서서 크게 혼잣말을 하는 노숙인들과 종종 마주친다. 갑자기 위협당한 행인이 경찰에 신고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역 인근 파출소 경찰관들은 "'지하철 열차 안에서 어떤 노숙인이 혼자 큰소리를 내고 있다'며 처리해 달라는 민원이 하루 수차례 접수된다"고 했다.
이런 노숙인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4년째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전담 관리하고 있는 서울역파출소 소속 한진국 경위는 "몸뿐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며 "오랜 거리 생활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숙인 복지센터 '따스한 채움터'의 박광빈 소장은 "노숙인 중 상당수는 실직, 배우자와의 사별 등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은데, 갑작스럽게 거리에서 생활하게 돼 2차적인 충격이 더해지게 되니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홈리스(Homeless)의 정신 질환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숙인 중 80~90%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분석한다. 거리 생활을 하며 우울증과 조현병, 양극성 장애를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발달 장애가 있던 사람이 노숙인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 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판단력이 떨어져 노숙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유한익 울산대 아동정신과 교수는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노숙인도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며 "지역 사회의 꾸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 정신보건의 9명을 배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찾아오는 노숙인에게 주거지를 지원해 정서적 안정감을 마련해주고 지속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그러나 치료를 거부하거나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노숙인들은 직접 관리가 어렵다. 한 경위는 "이야기를 자주 해야 증상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서울시 측은 "시설을 거부하는 노숙인에게는 고시원 등 임시 주거지를 마련해 주고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