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6일부터 이틀간 평양에서 진행된 사전 실무 협상에서 미·북 양측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해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실질적인 반대급부, 즉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종전(終戰)선언'을 상응 조치로 제시하면서 '영변 해제 카드'만으로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카드는 최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급부상했다. 그는 평양행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 미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종전 선언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 6일 방북 직전 서울에서 우리 정부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종전선언' 방안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종전선언' 카드는 작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주춤한 북한과의 핵 협상 동력을 살려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을 유인하는 별다른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작년 말 미·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미·북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평양 실무 협상에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대사에게 '종전선언'을 대북 제재 완화로 가는 단계적 조치로 설득했을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이 되면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물꼬가 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협상 끝에 타협점을 찾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베트남 회담에서 남·북·미·중국의 4자 종전선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일부에서는 종전선언이 미·북 두 나라 정상 간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루 일정이었던 싱가포르 회담과 달리 이번 베트남 회담이 이틀간 치러지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류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