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24일 "정부는 (기업에) 간섭도, 규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보유 주식을 갖고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겠다는 선언에 기업들은 충격을 받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하루 만에 기업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하니 무엇이 본심인지 알 수가 없다는 개탄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것이 상반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말장난을 너무 자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문 대통령은 스튜어드십을 정확히 알지 못한 것 같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는 캐나다연금의 아·태 대표는 "캐나다연금 투자위 이사회에는 정부 인사가 단 한 명도 없고 연금 CEO 선임에도 정부·의회가 관여할 수 없다"면서 "이것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비결"이라고 했다. 캐나다연금 지난 5년간 평균 수익률은 우리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은 12%에 달한다. 반면 한국 국민연금은 정부에 완전히 장악돼 있다. 애초에 정부가 스튜어드십을 입에 올릴 수도 없는 구조다. 캐나다연금 대표는 "한국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치적인) 싸움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주주의 탈·위법은 수사기관이나 공정위·국세청이 맡을 일이지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업무라고 할 수도 없다. 선진국 연금은 철저히 장기적인 수익률 극대화 목적만을 위해 개별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현행 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기업 지분 보유 목적을 '수익'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할 경우 6개월간 주식 매매 차익을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스큐어드십 코드의 첫 대상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물컵 갑질' 때문일 것이다. 대주주의 일탈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왜 국민 노후 자금을 기업 손보는 데 동원하나. 그래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하락하면 누가 책임지나. 국민연금 의결권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전 정부 복지부 장관을 감옥에 보낸 것이 이 정부다.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 발언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장소·회의에 따라 발언 내용이 달라진다. 이러면 기업들은 말로는 투자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