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1일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설계에서 이순신 장군·세종대왕상 이전과 촛불 시위 기념물 설치 등에 반대 여론이 쏟아지자 이를 재검토 과제로 남겼다. 그러나 설계도의 나머지 골격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광장 지상 부분은 어떤 구조물도 들이지 않고 비우는 대신 주변부는 볼거리로 채우고 지하 공간을 넓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광장 남쪽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있는 선큰(sunken·바닥을 파서 만든 공간) 형태의 완만한 지하 연결 계단을 북쪽으로 3개를 더 파기로 했다. 이 계단들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통한다. 광장의 지상·지하 면적, 환승 통로가 동시에 확장되면서 광화문역에서 내린 방문객들이 북악산과 경복궁을 보며 광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동선을 짠 것이다. 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광장 지상 공간은 비우고, 주변부 지하 공간을 긴밀하게 연결해 지하 도시를 실현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쪽 5차로 차선이 없어지고 광장 일부로 편입되면서 세종문화회관 주변 건물과 광장 사이에 바닥 분수, 작은 공원, 녹지 공간 등이 생긴다. 테라스가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1층에 입점하도록 주변 건물주들을 독려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유럽 관광지처럼 광장 나들이객들이 노천 가게에서 식사하거나 차 마시는 풍경을 광화문 일대에서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볼거리도 확충한다. 밤에는 세종문화회관·정부청사·현대해상·교보빌딩 등 대형 건물들의 외벽을 스크린처럼 활용해 현란한 무늬나 조명을 쏘아 올리는 '야경 쇼'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광장 일대 문화 공간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정부청사 별관 앞 공원 부지에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에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인 '세종체임버홀'이 있지만, 총객석 443석의 소규모 극장이기 때문에 강북·도심 지역에도 대규모 클래식 공연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서울시는 수도의 심장부 광화문을 '교통 중심지'로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착공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파주 운정~서울 삼성~화성 동탄)에 광화문역을 추가해달라고 최근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지하 50~60m 깊이에 건설되는 GTX-A 노선은 광화문 부근을 지나도록 설계돼 있지만 광화문역은 현 계획에는 들어 있지 않다. 국토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확보한 예산 10억원으로 타당성 조사를 하고 기본 계획을 수립해 국토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시는 '광화문 GTX역' 신설이 확정될 경우 기존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지하철 1·2호선까지 모두 연결시켜 매머드급 환승역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파주·동탄·고양 등에서 급행버스로 출퇴근하는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장 재조성 뒤 불거질 교통 혼잡 문제는 서울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서울시는 이날 '교통 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얘기했다. 그러나 광장이 재조성되면 왕복 10차로가 6차로로 줄고, 광화문 앞 삼거리 교차로도 남쪽으로 170m 이동하는 등 도로 선형이 크게 바뀌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 관계자는 "차량 혼잡이 예상되는 지점에 부분적으로 1개 차로 정도를 신축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