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일까, 선의로 나선 ‘목포 살리기’일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구도심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손 의원은 오로지 "마구잡이식 재개발을 막고 목포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주변 지인들을 설득해 목포 구도심의 건물들을 사들이도록 추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점에 따라 부동산 투기라고 볼 수도 있는 정황들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라면 의원직을 떠나 목숨까지 걸겠다고 나선 손 의원의 해명은 어디까지 사실이고 진실일까. 조선비즈가 검증해봤다.
①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
보통 개발사업을 진행하다가 도중에 문화재가 발굴되면 개발 사업 전 단계가 정지된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자비용이 나가고 시간이 늦어지는 만큼 개발수익은 점점 줄어든다. 시행자로선 최악의 경우다.
하지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문화재와는 조금 다르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경우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1년 도입된 제도다. 기존 지정 문화재와는 달리 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매매가 가능하다.
게다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국내 처음으로 거리 전체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소규모 도시재생 등을 통해 인기 상권까지 형성된 서울 종로구 익선동 같은 명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리면서 개발이 이뤄지고 상권이 형성되면 땅값이 상승할 여지가 크다.
②박물관 부지의 땅값은 3.3㎡당 평균 200만원 정도?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박물관 부지 확보는 작년 중반에 시작하여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며 "평당 단가는 평균 200만원 정도다. 오른 적도 없고 내린 적도 없이 계속 비슷한 시세"라고 답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손 의원의 조카와 지인 3명이 사들인 창성장이 있는 전남 목포 대의동 1가 해안로229번길 주변의 대지면적 23.1㎡짜리 상가가 지난해 9월 28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4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2017년 7월 대지면적 59.5㎡ 상가는 575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319만원 정도였던 셈이다.
박물관 역시 해안로 229번길 인근에 있다. 위치나 건물 노후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년 사이에 부동산 매매가는 소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거래된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해 9월 번화로에 있는 대지면적 69.4㎡(연면적 38.01㎡)짜리 단독주택이 3000만원에, 해안로 229번길에 있는 대지 72.7㎡(연면적 96.53㎡)짜리 단독주택이 7040만원에 매매됐다. 3.3㎡로 환산하면 각각 143만원, 320만원이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문화재 지정 전후로 점포 겸용 주택이 3.3㎡당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100만원 정도 올랐고, 점포 용도로 쓸 수 없는 주택도 3.3㎡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50만원 정도 올랐다고 한다.
③시세차익 목적으로 매입하지 않았으면 괜찮다?
손 의원은 전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문화재를 지키려는 노력을 투기로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등록문화재 지정 후 시세 급등으로 차익을 얻은 것처럼 보도한 것은 비상식적인 의혹제기이며 저의 지인들이 매입한 건물을 되팔아서 차익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업무를 하면서 얻는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재산 보유에 제한을 받는다.
주식의 경우는 국회의원들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백지신탁’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 1급 이상 재산공개대상자 중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을 넘는 사람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심사 결과 보유한 주식과 직무가 관련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하더라도, 수탁기관(금융회사)는 주식을 받고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주식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백지신탁 제도를 이유로 장관 후보에서 사퇴했다. 장관에서 퇴임한 후 주식을 돌려받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량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의원도 2013년 5월 국회에 입성한 후 백지신탁 제도 때문에 IT와 관련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보건복지위원회로 상임위를 배정 받았다.
비록 부동산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업무 연관성이 있는 경우 주식을 전량 처분해야 하는 공직자윤리법에 비춰볼 때 손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의원은 2017년 3월부터 친척과 지인의 명의로 목포 건물을 사들였다. 당시 그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라 문화재청의 사업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17년 11월 14일 손 의원은 국회 교문위 예결소위에서 박영근 당시 문화재청 차장(현재 퇴직)에게 "목포에 근대문화재인 목조주택이 그대로 다 있다. 이 집을 제대로 원위치 시켜 놓으면 놀라운 자원이 될 것"이라며 "예산을 증액해 도시가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도록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구입한 주택이 포함된 지역에 예산을 투입해 문화재청이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손 의원이 목포 부동산을 매입한 것만 놓고 보면 직접적으로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목포에 문화재 거리를 지정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산 것인지, 또는 부동산을 매입한 후 문화재 거리로 지정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했는지를 따져 본 뒤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④손혜원 의원이 김정숙 여사의 친구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손 의원에 대해 "영부인(김정숙 여사)의 친구라는 관점에서 위세를 얻고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영부인하고 아주 각별한 관계로, 총선·대선 선거 캠페인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박근혜(전 대통령)에겐 최순실, 영부인에겐 손혜원이란 말까지 돌아다닌다"고 했다.
이 주장은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이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인식을 배경에 깔고 있다. 실제로 김 여사와 손 의원은 오래된 친구로 알려져 있다. 비평준화 시기인 1960~1970년대 사립 명문이었던 숙명여중·고에서 6년간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다. 태어난 시기는 김 여사가 1954년 11월, 손 의원이 1955년 1월이다. 손 의원이 한 살 어리지만 생일이 빨라 학교를 같이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김 여사는 경희대 음대, 손 의원은 홍익대 미대로 진학했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 임기가 시작된 날(2017년 5월 10일), 비공식 일정으로 서울 도곡동 숙명여고에서 열린 동창회에 손 의원과 함께 참석했다.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나고 1시간 30분 뒤의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숙명 정신인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품겠다"고 했다. 손 의원은 "학교를 설립한 엄황귀비는 ‘여성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 후 111년 만에 영부인이 나왔다.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인 2015년 6월 17일, 홍보위원장에 광고 전문가인 손 의원(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을 영입했다. 이후 손 의원에게 당 브랜드 관리 전권을 위임했고, 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