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었던 ‘미국 대사관 음파 공격 사건’이 사실은 귀뚜라미 소리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미 합동 연구진은 미국 정부가 쿠바의 ‘음파 공격’이라며 제시한 녹음 파일을 분석한 뒤 ‘인도 짧은꼬리(Indies short-tailed) 귀뚜라미’가 교미철에 내는 울음소리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19년 1월 6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영미합동연구진이 쿠바 미국 대사관 ‘음파공격’ 사건에서 공개된 음성녹음을 분석한 결과 카리브해에서 흔한 인도짧은꼬리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와 흡사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 모습.

연구를 이끈 페르난도 몬테알레그레-자파타 영국 링컨대 교수는 "카리브해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이 귀뚜라미는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7kHz(킬로헤르츠)에 달하는 날카로운 고음역 소리를 낸다"며 "파형 분석을 통해 녹음된 소리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맞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페르난도 교수는 이어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인도 짧은꼬리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매우 불쾌한 소음으로 들렸을 것이고, 놀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쿠바에서 녹음된 음원은 인도 짧은꼬리 귀뚜라미가 교미를 위해 내는 울음소리와 같은 속도로 음향펄스(진폭이 최대진폭의 10%인 신호시작점과 끝점 사이의 지속시간)가 반복된다. 또 특정 음역대의 주파수가 다른 것보다 더 크게 울리는 점도 같다.

또 연구진은 쿠바에서 녹음된 음성파일의 진동이 귀뚜라미와 비교해 불규칙한 모습을 보였지만 녹음 공간을 실내로 보정하자 두 소리가 더욱 비슷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랄드 폴락 맥길대학 동물인지학 교수는 "페르난도 교수의 이론은 설득력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귀뚜라미 소리 때문에 건강상 이상이 생겼다는 사례는 접한 적이 없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가디언도 "음향 분석만으로 ‘쿠파 음파 공격설’을 반박하기는 어렵다"며 "대사관 직원들이 두통과 현기증 등 증상을 보인 이유에 대한 역학조사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숙소에서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 현기증과 두통, 구토 등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쿠바 정부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음파 공격을 했다"고 판단하고 대사관 직원 대부분을 본국으로 귀환시켰다. 이어 2017년 10월에는 미국에 주재한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했다. 그러나 음파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다.

통상 음파공격은 ‘장거리 음향장치(LRAD)’를 통해 고음의 소리를 장시간 내보내는 것으로 미국은 이를 군사적으로 활용해 이라크전에서 숨어 있는 저격수를 유인하고 소말리아에서는 해적을 퇴치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미 마이애미 의과대학은 지난해 "쿠바 미국 대사관 직원 26명 중 25명이 귀 안쪽에 손상을 입었다"면서도 질병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해 ‘미국 대사관 음파 공격 사건’은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