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아 대부분의 청년이 타지로 떠나버린 곳에 제 발로 찾아들어간 이상한(?) 청년들이 있다. 목포에 있는 ‘괜찮아마을’에 입주한 60명의 청년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목포 원도심에 있는 빈집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고, 저렴한 가격에 그 곳에 머물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 12월 24일 ‘뭘 해도 괜찮다’는 ‘괜찮아마을’에 직접 찾아가 봤다.

‘괜찮아마을’의 베이스 캠프 ‘로라’ 앞에서 괜찮아마을 스태프들이 점프를 하고 있다. ‘괜찮아마을’은 오랫동안 비어있는 경양식 집 ‘로라’를 장기 임대해 사무실과 강의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목원동 원도심에 위치한 괜찮아마을의 베이스캠프 ‘로라’. ‘무엇이든 할 수 있고‘무엇이든 될 수 있다.’ ‘괜찮아마을’다운 포스터가 문 앞에 붙어 있다. 꽤 오래돼 보이는 목조 건물의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마을 주민들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괜찮은 식탁 겸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고 있어요. 같이 가시죠!" 괜찮아마을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홍동우 대표였다.

‘괜찮아마을’을 기획한 홍동우 대표(오른쪽)와 1기 주민 이었지만 지금은 직원이 된 이진아(가운데)씨, 소연진(왼쪽)씨가 ‘괜찮은 식탁’을 준비하고 있다.

‘괜찮은 식탁’은 ‘괜찮아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먹는 포틀럭 파티(각자 먹을 음식과 술을 가져오는 파티)다. 기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조명과 소품들을 적절 한 곳에 배치하고, 주민들이 가져온 음식들을 한군데 모으는 노동으로 음식을 안 가져온 것을 대체했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 홍동우 대표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국내 전국일주 여행사 ‘익스퍼트 크루’를 운영 하던 홍 대표는 "여행을 하며 만난 청년들의 지친 모습을 보았다"며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괜찮아마을은’ 지친 청년들이 모여서 실수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쉬어도 괜찮은 마을" 이라고 했다.

지난 해 8월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괜찮아마을’에는 1기 30명, 2기 30명이 입주했다. 주민들은 6주간 생활하며 상담을 통해 마음을 치료하기도 하고, 창업에 대한 교육을 듣기도 했다. 또 빈 공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상상해보고, 지역에서 정착한 선배들을 만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6주 후엔 괜찮아마을에 입주한 60명 중 30명(1기 21명, 2기 9명)이 목포에 남았다.

목포에 남아 ‘괜찮아마을’의 직원이 된 1기 주민 김한나(27)씨는 "괜찮아마을 사람들이 좋아서 목포에 남게 됐다."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극과 동기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것을 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JOVISEVI’라는 브랜드를 창업을 한 이승훈(27)씨는 "6주간 목포에 머물며 바닷가에 폐그물이나, 타이어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것들을 활용한 패션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한국의 프라이탁(산업 폐기물을 이용한 독일의 패션 브랜드)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외에도 ‘괜찮아마을’ 주민들은 섬 전문가가 되어서 ‘전라남도 섬 발전지원센터’에 취직하기도 하고, 채식 식당인 ‘최소한끼’를 창업하고, 예술로 마음을 위로해주는 마음 목욕탕 세심(心)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마음 목욕탕 세심(心)탕 참가자들이 기자의 얼굴을 관찰하며 ‘드로잉 탕’을 체험하고 있다. 세심탕은 예술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홍 대표는 마지막으로 "행전안전부의 지원은 ‘괜찮아마을’ 1기와 2기로 끝이 났지만 ‘괜찮아마을’은 계속 될 것"이라며 "지친 청년들의 안전벨트 역할을 해주는 ‘괜찮아마을’같은 것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괜찮아마을’ 주민들은 함께 밥을 나눠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유달산의 별을 보며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해 나가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 괜찮아마을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한편, 괜찮아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행이네요’(김송미, 김수훈 공동연출)는 2월 중 서울과 목포에서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