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바쁜 일상에 얇은 이불을 미처 바꾸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장롱 속에 있던 두꺼운 이불을 꺼낼 수밖에 없는 때가 왔다. 올겨울 들어서는 특히 구스다운(거위털) 이불이 인기다. 구스다운 이불은 브랜드마다 올 들어 판매량이 급격히 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가구, 인테리어에 이어 침구 등 생활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류에 주로 쓰이던 구스다운이 이불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구스다운은 울(양모)이나 폴리 솜, 목화보다 보온이나 복원력, 무게, 내구성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잠을 자다가 많이 뒤척여도 불편함이 작고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위털의 특성 덕에 땀이 많은 사람도 쾌적하게 잘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근 들어 직수입 제품이 늘어나고 유명업체들도 한정판매 등 가격 할인 행사를 잇달아 열면서 소비자들이 그동안 구스이불에 가져왔던 가격 부담도 크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구스이불 시장 규모가 2015년의 두 배인 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10년 이상 사용…원산지 등 차이
구스다운 이불은 관리만 잘하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오랜 시간 쓰는 제품인 만큼 처음 선택 때 꼼꼼히 따져봐야할 것들도 많다. 우선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점은 거위털 원산지다. 일반적으로 폴란드, 시베리아 등 추운 지역에서 자란 거위의 솜털이 중국 등 따뜻한 지역이 원산지인 구스다운보다 크고 복원력이 좋아 따뜻하다. 가끔씩 유럽 브랜드가 중국산 거위털을 자국 공장에서 만들고서는 '유럽산'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제조국 기준으로 원산지와는 다르다. 구매 때 시험 성적서와 원산지 증명서를 통해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
다운의 함량도 중요하다. 구스다운 이불은 가슴 부위 털인 다운(솜털)과 목 부위의 페더(깃털)가 같이 쓰인다. 다운이 많을수록 따뜻하기 때문에 다운 함량 10% 차이가 가격으로는 수십만원 차이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나라마다 기준이 다른 점은 유의해야 한다. 국내의 KS나 미국, 일본 기준은 100%일 때만 '다운 100%'라고 표기할 수 있지만 유럽이나 캐나다는 다운 함량이 전체의 90.48%를 넘으면 100%라고 적을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실오라기, 깃털에서 나온 부스러기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어 국내 기준에서 '다운 100%'를 만족하는 제품은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깃털이 겉감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원단이 잘 가공됐는지를 보는 것도 체크포인트다.
◇구매 후 관리도 중요
큰 마음을 먹고 장만한 구스다운 이불을 오래오래 쓰기 위해서는 구매 후 관리도 중요하다. 2주에 한 번 정도는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2시간 정도 자연 건조해주는 것이 좋다. 건조를 마친 뒤 가볍게 두드려주면 동그란 구스다운이 다시 눈송이 같은 제 모습을 찾는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씨라면 건조기를 사용해도 좋다. 단 고온 건조는 원단이 수축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평소에는 자고 일어난 뒤 이불을 가볍게 털어주면 솜털의 복원력도 유지되고, 밤새 흡수한 습기도 제거할 수 있다. 건조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습기 때문에 구스다운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세탁을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거위털은 '유지분'이라는 천연기름으로 코팅돼 있는데 이 기름이 열을 빠져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세탁을 자주 하거나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이 유지분이 손상돼 보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염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손빨래를 하거나 세탁망에 넣어 울 코스로 단독 세탁해야 한다. 이때도 중성세제가 아닌 일반세제나 섬유유연제는 제품 수명을 줄일 수 있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세탁이 다소 까다롭다 보니 일부 브랜드에서는 자사 제품을 대상으로 유상 세탁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세탁 후 보관은 압축팩보다는 부직포 가방에 방습제와 함께 두는 게 낫다. 압축팩에 넣으면 복원력과 보온능력이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