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패션 무비'로도 기억될 것 같다. "난 끝내주게 옷을 입지. 매우 고상하게(I dress to kill, but tastefully)!"란 말을 남긴 프레디 머큐리는 패션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힌다.

처음부터 스타일을 인정받은 건 아니었다. 프레디가 "아름답다"고 감탄한 의상을 보면서 브라이언 메이는 "걸레 같은데?"라고 했다. 발레복이나 팬티를 닮은 반바지를 입고 무대를 누벼 '옷 못 입는 팝스타'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을 넘나드는 그의 실험적 스타일은 최근 인기인 '앤드로지너스 룩(Androgynous Look·성 구분이 모호한 스타일)'을 선도한다. 그가 자주 입은 스판덱스 점프슈트(상하의가 하나로 이어진 옷)가 대표적이다. 프레디는 1973년 당대 유명 디자이너였던 잔드라 로즈에게 전화를 걸어 팔을 들었을 때 가장 화려하게 보이는 의상을 주문했다. 나비가 날갯짓하는 듯한 원피스형 주름 상의가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에서 프레디는 '퀸'을 설명하면서 '사회 부적응자들(misfits)'이라고 했지만, 시대를 앞서는 의상만큼은 그의 철학에 딱 맞는(fit) 것이었다.

1986년 영국 웸블리 공연 때의 프레디 머큐리. 노란색 밀리터리풍 가죽 재킷과 아디다스 신발은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 중 하나다.

프레디 덕에 주춤했던 브랜드 인기도 치솟고 있다.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1985 라이브 에이드' 속 랭글러 청바지에 아디다스 운동화는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 주문이 폭주했다. 영화 의상디자이너 줄리앙 데이가 아디다스에 부탁해 재현한 1980년대 삼바·헤라클레스 운동화와 '삼선(三線)' 트레이닝 의상은 최근 젊은 층이 가장 즐기는 스타일 중 하나다. 랭글러는 퀸의 인기 가사를 새겨넣은 재킷을 새롭게 선보였다.

프레디의 '또 다른' 취향도 영화에서 엿볼 수 있다. 밴드 멤버들이 '화난 도마뱀'이라 놀린 가죽 재킷의 실제 주인은 전설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레디가 존경했던 지미 헨드릭스. 프레디 머큐리는 말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건 콘서트가 아니다. 바로 패션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