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0세 이상으로 이뤄진 스키 동호인 클럽 '오파스(OPAS)'가 본격적인 스키 시즌을 맞아 안전 캠페인에 나섰다. '오파스'는 직접 만든 '스키어 스노보더 10대 책임·의무'가 적힌 포스터 1000장, 리플릿 5만장을 전국 스키장 이용객과 강사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오파스'와 스키인들이 말하는 스키·스노보드 안전 수칙과 예절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박모(34)씨는 2년 전 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다. 스키를 타다가 혼자 넘어져서 잠시 앉아 있는데, 뒤에서 내려오던 스키어와 충돌한 것이다. 큰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상대방 태도가 문제였다. 박씨가 재빨리 일어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스키장에서 앞사람 상황을 확인하며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 충돌을 피할 의무는 뒷사람에게 있다. 안전 수칙을 숙지하지 못한 상대방이 박씨에게 "피하지 못해 미안하다. 많이 다치지 않았느냐"는 말부터 하는 게 맞는다. 박씨는 "사고를 당하고도 상대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스키장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스포츠안전재단의 '2015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키·스노보드 부상자의 62.1%가 자신의 실력이 '초급'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부상자 중 '안전 규칙을 알고 있다' '안전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9.2%, 37.4%에 불과했다. 안전 규칙을 아는 사람 중에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라고 답한 사람은 34.7%뿐이었다.
'오파스' 회원인 서정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스키장 가는 것을 1년에 한두 번 눈밭에서 뒹구는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스키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는다"며 "안전 의식도 없이 그냥 리프트를 타려고 하니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들이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국내 스키장에선 1만명당 18.5명꼴로 부상자가 나왔다. 2015~2016시즌은 17.2명으로 전 시즌(19.9명)보다 줄었지만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작년에는 경남의 한 스키장에서 추돌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스키는 위험한 스포츠일까. 안전재단의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3개 종목에 대한 여러 지표를 종합 평가한 결과 스키의 위험도가 자전거보다 낮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국스키지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연간 자전거 이용자 사망률이 스키·스노보드의 약 3배에 달했다. 스키 경력 50년의 전문가로 대한장애인스키협회 부회장을 지냈던 이한준 한양대 경영대 석좌교수는 "스키는 슬로프를 빠르게 직선으로 내려가지 않고 S자를 그리면서 속도를 조금씩 줄여가는 운동"이라며 "안전 규칙을 제대로 알고 서로 배려한다면 더 재미있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머릿속에 담을 수 있는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소홀히 한 대가는 크다. 속도감이 있는 운동이라 부상을 당하면 육체적·심리적 후유증이 크다. 안전재단에 따르면 스키·스노보드 부상자의 63%가 사고 이후 다시 스키장에 가지 않거나 이용 횟수를 줄였는데, 23개 종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이유는 두려움(48.4%), 불편한 몸(38.2%) 등의 순이었다. 강경수 곤지암리조트 스키 패트롤 대장은 "차는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있어 사고 충격을 줄여주지만, 스키와 스노보드는 충돌하면 온몸이 충격을 흡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충돌을 가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며 "스키장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알고 안전 의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