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애틀란타서 '동포' 교육
'학력위조' 때 징계나섰던 영담 스님
'재단 이사'로 신정아 영입

학력위조·정권 실세와의 염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46)씨가 민간재단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로 활동을 재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 따르면 신씨는 2016년 8월부터 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신씨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한국교육원에서 재외동포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최근 세간에 알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교민 일부가 신씨의 얼굴을 알아본 것. 이 소식을 처음 전한 미주중앙일보는 "참석자들은 ‘신씨가 왜 재외동포 교육 현장을 찾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했다"고 보도했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영담 스님(왼쪽)과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로 활동을 재개한 신정아(오른쪽)씨.

2001년 설립된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은 재외동포들에게 한글 교재를 나눠주고 우리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을 담당하는 민간재단이다. 2009년부터 국가(교육부) 예산으로 ‘재외동포 교육용 교과서 및 교재 보급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다.

이 재단 이사장인 영담 스님이 직접 신씨에게 이사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영담 스님은 연합뉴스에 "(신씨는) 내가 요청해 재단에 합류했다"며 "본인이 업무를 파악한 뒤 급여를 받겠다고 해서 1년간은 무보수로 일했고, 지난해 미국 방문 연수에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90년대 말,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미술계에 입성한 신씨는 이후 동국대 조교수, 광주비엔날레 감독이 됐다. 미술계에서 가장 잘 잘 나가는 큐레이터였다.

그랬던 그가 학력 위조 파문의 주인공인 된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예일대 미술평론’ 박사학위가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어 변양균(69)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불륜 관계이며, 변 전 실장이 여러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신씨는 이후 재판에서 학력위조·미술관 공금 횡령 혐의로 1년 6개월을 복역하다, 2009년 4월 1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영담 스님은 2007년 ‘신정아 스캔들’ 당시 불교계에서 신정아씨를 징계했던 인물이다. 영담 스님은 동국대 징계위원회위원장으로서 당시 동국대 조교수이던 신씨를 직접 파면했다. ‘예일대 박사학위’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신씨 입장에서는 ‘억울한 징계’를 내린 사람인 셈이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로 활동을 재개한 신정아씨.

그러나 신씨는 영담 스님을 원망한 적은 없다. 2011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영담 스님은)나를 파면시켰던 책임자였지만 당시 상황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불교계와 동국대를 지키기 위한 책임자의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영담 스님-신정아’ 인연이 언론에 포착되기 시작한 것은 신정아씨 출소 이후부터다. 2012년 영담 스님이 아웅산 수지(78) 여사를 미얀마에서 만날 때 통역으로 나선 것이 신씨였다. 2015년 영담 스님이 주지로 있는 부천 석왕사에서 열린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 전시회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의 큐레이터도 신씨였다.

영담 스님 자신도 신씨처럼 고등학교 학력 위조 논란을 겪었다. 영담 스님은 1996년 ‘한영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학적부에 적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 입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조계종 중앙종회 초선의원들이 "고등학교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 진실 그대로 밝혀달라"고 해명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됐다.

종단 내 논란이 커지자 한영고 측은 ‘영담 스님은 졸업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당시 영담 스님은 "동국대와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한 승려 모두 학력 조사를 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동국대는 이듬해인 2016년 영담 스님 입학과 석사학위를 무효로 처리했다.

영담 스님은 대북지원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8일 이 단체 임원과 사무처 직원 등 13명과 함께 3박 4일간 방북(訪北)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영담 스님은 1995년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설립했고,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북공동응원단 추진본부 대표, 불교방송 이사장 등을 지내는 등 불교계에서 위치가 확고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