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정육면체 모양으로 싸는 동물이 있다. 지구상에 유일하다. 항문을 통해서 나오는 똥이 어떻게 정육면체 모양일 수 있을까. 최근 미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협회(APS) 유체역학 연례회의에서 이 '정육면체 똥'의 비밀이 밝혀졌다. 제조업의 혁신 기술로 평가할 만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정육면체 똥의 주인은 호주에 서식하는 포유류인 웜뱃이다. 오소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캥거루처럼 배에 주머니가 달렸다. 웜뱃은 하룻밤에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2㎝ 정도인 주사위 모양 배설물을 80∼100개 만들어 낸다. 주사위 모양이라 차곡차곡 쌓을 수 있고, 굴러갈 일도 없기 때문에 영역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이성을 유혹할 때도 이 배설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이 죽은 웜뱃을 해부해 장 안에 얇은 풍선을 넣은 뒤 풍선을 부풀렸더니 다른 동물에겐 없는 특징이 나타났다. 바로 '장의 탄성'이다. 사람의 경우 대장의 탄성이 별로 없어 장이 거의 확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웜뱃의 장은 안에 내용물이 차면 직경이 보통 때보다 2∼3배가량 늘어났다. 30m 길이의 장 중에서 소화 마지막 단계인 2.4m 구간의 탄성이 특히 좋았다.

특이한 점은 장이 늘어나는 부분과 뻣뻣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마치 원통 벽에 딱딱하고 길쭉한 심지가 있는 것과 같다. 다른 부분이 늘어날 때 그대로 있는 이 뻣뻣한 부분 덕에, 배설물의 각진 모서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했다. 배설물이 탄성 있는 장 조직과 뻣뻣한 부분에 반복해 부딪히면서 주사위 모양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소화 마지막 단계에서는 수분이 흡수돼 배설물이 딱딱해지고 섬유질이 많아진다. 이 덕에 배설되는 동안에도 망가지지 않고 정육면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조지아공대 퍼트리샤 양 박사는 "그동안 제조업 분야에서 '육면체'를 만들기 위해선 거푸집을 이용해 찍어내거나 면을 잘라내는 두 가지 방법만 있었다"며 "육면체를 제작하는 세 번째 방식이 웜뱃을 통해 발견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