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도경수 아빠라 영광이었어요"
tvN '백일의 낭군님'이 역대급 기록들을 쏟아내며 30일 종영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인 평균 14.1%, 최고 16.7%를 기록, 지상파를 능가하는 월화드라마 정상을 지켜냈고, 역대 tvN 전체 드라마 시청률 중 4위에 오르며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31일 오전,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백일의 낭군님'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만난 조한철은 "대본이 재밌었다. 잘 되거나 아예 안 되거나 싶더라. 기족 사극들과 다르지 않았나. 궁 이야기는 정통 사극처럼 무겁고 진지하게 흘렀는데 송주현쪽은 현대적이고 트렌디해서 시청자들에게 외면 당하거나 두 마리 토끼를 잡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첫 방송된 '백일의 낭군님'은 기억을 잃고 왕세자에서 '아쓰남(아무것도 쓸모없는 남자)'이 된 이율(원득)과 최고령 원녀(노처녀) 홍심의 혼인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살벌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궐 내 정치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tvN 청춘 로맨스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왕 역할을 맡았던 조한철은 "궁쪽과 송주현쪽의 대본 컬러가 너무 달라서 톤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일일이 확인하며 현장에서 찍는 게 아니니까 왕으로서 힘을 더 빼고 라이트한 연기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결과물을 보니 나만 너무 심각했나 싶다. 16회에서 왕이 중전(오연아 분)한테 다정하게 돌변하지 않았나. 아쉽긴 하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왕 역은 처음이었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절대권력의 왕이 아닌 조선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왕이었다. 김차언에 의해서 세워졌고 그에 의해서 언제든 내쳐질 수 있으니. 단순히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누구보다 지키려고 하는 욕구를 더 드러내는 게 더 불안해 보일 것 같더라. 보통의 선을 넘어서 집착 혹은 강박적으로 굴면 나약함과 유약함도 보일 것 같더라. 그래서 더 소리 지르고 힘주고 한 것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한철은 왕인 까닭에 아들인 왕세자 이율 역의 도경수와 합을 자주 맞췄다. 그는 "아들 도경수는 어땠는가"라는 질문에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가수로서도 대단한데 드라마도 잘 됐고 곧 개봉한 영화도 잘 될 조짐이 보인다. 제가 도경수의 아빠였다니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그는 "아이돌 출신 친구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하는 경우 많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어떨지, 걱정도 하기 마련인데 도경수는 좋았다. 다르더라. 어려서부터 책임감이 몸에 배어 있더라. 첫 신 리허설 때 대강할 수도 있는데 계속 제 눈을 바로 보면서 연기에 집중하는 걸 보고 이 친구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좋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손색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게 있을 테니 더 열심히 하더라. 저도 정신 차려야겠다 싶더라"고 폭풍 칭찬했다.
도경수와 함께 김차언 역의 조성하도 조한철을 들었다놨다 한 배우다. 김차언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직접 왕을 세우고 그를 꼭두각시처럼 다룬 악인이다. 자신의 딸인 소혜(한소희 분)가 무연(김재영 분)을 좋아하는데 이율과 혼인을 시켜 세자빈 자리에 앉혔고 무연의 아이를 가진 딸 앞에서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결국 김차언은 16회에서야 이율의 손에서 죽었다.
조한철은 "조성하 선배는 실제로 너무 스윗하다. 개런티의 상당 부분을 현장에서 우리 먹이느라 다 썼을 것 같다.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도 자주 쏘고, 복날엔 삼계탕에 회까지 사주셨다. 진심이 느껴지니까 너무 감사했다. 저는 늦게 들어가서 눈치를 보게 마련인데 조성하 형님이 바보 같은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풀어줬다. 일부러 큰형이니까 빈틈 보여주면 분위기 좋아지니까 말도 안 되는 아재 개그도 하고 연기 칭찬도 많이 해줬다. 감사하다"고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몇 회 더 했다면 좋았겠지만 김차언이 너무 쉽게 죽은 게 없지않다. 16회가 긴박하게 흘러가더라. 아쉽긴 하지만 김차언의 죽음보다 이율과 홍심의 이야기가 예쁘게 잘 끝난 것 같다. 혼인을 하고 궁에 들어와서의 이야기보다 예쁘게 송주현에서 끝난 게 훨씬 근사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을 사랑해주신 팬들이 많아서 더 기대하셨겠지만 작품적으로는 둘의 엔딩이 그 정도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외에도 조한철은 스크린에서도 대박을 냈다. 지난 8월 개봉한 '신과 함께2'에서 오달수 대신 긴급 투입돼 재촬영에 합류했던 바다. 그는 "대표님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결정 못하고 있다가 김용화 감독님을 뵙고 결심했다. 사람한테 반했다. 저라는 배우를 잘 모르셨는데 제 작품을 다 보였다더라. 2시간 정도 얘기하면서 감동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좋은 분이더라. 제가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인데 같이 하고 싶어졌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처음 하는 스타일의 연기였다. 블루스크린 앞에서 혼자 연기해야 하니까 어색하기도 했다. 배우끼리 만나면 수위 조절이 맞춰지는데 혼자 하니까 맞나 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감독님을 믿고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까부는 캐릭터인데 감독님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공간 자체가 저승이라 연기 수위는 크게 걱정 안 했다. 가상의 현실이니까 편하게 작업했다. 임원희 배우가 많이 도와줬다. 주고 받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맞췄다. 천만 흥행은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좋은 작품이라서 제가 도움을 받았다"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한편 '백일의 낭군님' 후속으로는 문채원, 윤현민, 서지훈, 고두심, 강미나, 안영미 등이 출연하는 '계룡선녀전'이 오는 11월 5일부터 전파를 탄다. /comet568@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