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모 수서경찰서 교통계 경감

매일 제복을 입고 벗는 익숙한 일상, 그 가운데 소소한 이야기가 고였다. 대부분 무심히 지나가지만 일부는 흔적을 남겨 나를 따뜻이 데웠다. 가슴이 달궈진 자리마다 기록하려고 애썼다. 주어진 업이 경찰이라 투박하지만, 삶의 민낯과 닮아 나누고 싶었다. 낮은 시선으로 목격한,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행성B)로 엮었다.

나는 83년생, 여성 경찰관이다. 빈약한 꿈에서 출발해, 흔들리면서도 소소한 꽃을 피우고, 그 안에서 나만의 행복으로 재해석한 시간을 담았다. 특히 여자라서, 경찰이라서, 엄마라서 겪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특별히 사랑했다. 엄연한 차이와 차별 앞에 눈물 흘리면서도 바람보다 먼저 눕지 않으려 애쓴 시간은 사랑받아 마땅하다.

아들같이 든든한 딸이 되고 싶어 경찰이 되었지만 역시 여자였다. 익숙해질 만하면 여자라는 이유로 팀을 옮겨야 했다. 한 팀에 여경이 두 명이면 부담 된다는 이유도 있었다. 잦은 발령 등 어떤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는 것이 경찰 조직의 특성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배려는 대부분 약점이 되어 상처로 돌아오곤 했다. 납득할 이유는 증발하고, '여자'라는 두 글자만 나를 묵직이 눌렀다.

이 책을 기어코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진짜 속내는 '타인에 의해 꺾였던 시간보다, 차별과 한계를 핑계로 스스로 꺾이기를 선택했던 나약함'을 경계하자는 것일 수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읽고, 아름다운 꿈과 신념을 써나갔으면 한다. 저마다 주어진 삶은 다르지만, 넘어지고 일어서는 포인트는 비슷하니까 '당신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만만함을 꼭 얻어 갔으면. 그래서 온전히 자신으로 반짝반짝 빛나길, 무리해서라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