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많이 사는 경기 평택의 한 초등학교는 조선족 아이는 물론 아프리카, 아랍계 학생도 많다. 운동회 날 달리기 경주가 열리면 나이지리아나 가나 출신 부모를 둔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1등을 차지한다. 학부모 경주도 마찬가지여서 흑인 아빠들 뒤꽁무니 따라가기 민망한 한국인 아빠들이 경기 전 슬그머니 사라진다고 한다.
▶서울 대림동 D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교생 448명 가운데 70%가 외국 국적이거나 부모 중 한쪽이 외국인이다. 3년 전 43.5%에 견줘 크게 늘었다. 이 중 절대다수가 중국인이라고 했다. 신입생도 다문화 비율이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75%를 넘었다고 했다. 교장은 "신입생 전원이 다문화 학생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조선족 학부모는 출신을 밝히기 꺼리는 분도 있어 정확한 비율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D초교는 중국계 학부모 사이에 '좋은 학교'로 알려지면서 빠르게 다문화 학교의 대표 주자가 됐다. 2015년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돼 한국어 특별 학급을 갖췄다. 하지만 한국인 학부모가 이 학교를 아예 기피하거나 중간에 아이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학교 측은 "중국 아이를 위한 한국어 수업을 늘리고, 한국 아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지원해 준다면 한국인 학부모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식당에서 한국인 종업원을 보기 어렵게 된 지는 오래됐다. 모텔 청소는 우즈베키스탄인, 간병인은 조선족 중국인, 지방 공장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인들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인적 드문 국도변에서 피부색 다른 청년들이 도로 보수공사를 하거나 밭일을 하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이삿짐 업계엔 몽골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목 민족이어서 이사 업계에 최적"이라고 농담도 한다. 실은 한국인 같은 외모 덕분에 집 안에 드나들며 일할 때 집주인도 거부감이 덜하고 체력도 좋아 인기라고 한다.
▶지난 세기 한국에서 만나는 외국인은 주로 서양에서 온 백인·흑인, 혹은 중국 조선족과 일본인이었다. 21세기엔 매우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노동 시장을 찾아 한국에 온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제주도 난민과 무비자 밀입국 사건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성싶다. 전교생 70%가 외국인인 한 공립 초등학교의 고민을 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하나를 또 실감한다.